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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언제까지 서울 살 거냐? / 김규원

등록 2018-04-15 20:37수정 2018-04-15 20:40

김규원
사회2 에디터

지난 4월2일 발표한 개헌안에서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라는 조항을 포함했다. 한국당은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을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로 보면 불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관습헌법상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며, 이를 폐지하려면 새로운 수도 조항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란 조항은 이미 (관습)헌법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앞서 3월21일 청와대가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 헌법 3조에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이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수도를 옮기기 위해 헌법에 수도 관련 조항을 포함한 것이다.

애초 이해찬 국회의원이나 이춘희 세종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의원 등 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이들의 생각은 더 근본적이었다. 이들은 개헌안에 ‘대한민국의 수도 또는 행정수도는 세종특별자치시다’라는 조항을 넣자고 했다. 새로운 수도 조항을 헌법에 포함해 정치(국회), 행정(청와대·행정부)의 중심을 세종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전 인구의 19.0%인 서울, 49.5%인 수도권 시민들의 정서를 고려할 때 이렇게 명백한 ‘세종=수도’ 조항을 넣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특별시다. 다만 (정치)행정 수도는 세종특별자치시다’라는 것이다. 이런 타협안마저 개헌안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불필요한 ‘서울=수도’ 조항을 다시 헌법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는 한국당은 명실공히 서울·수도권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이런 서울·수도권 기득권 정당을 현재 가장 낙후한 지방 가운데 하나인 대구·경북에서 맹렬히 지지하는 것은 웃지 못할 일이다.

그래서 조선 전·중기 사림의 전통을 회복하자고 제안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선을 이끈 것은 서울 사람들이 아니라 지방 사람들이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남인과 충청·호남을 기반으로 한 서인이 조선을 지배했다. 이들은 벼슬을 얻으면 서울로 가고, 벼슬이 떨어지면 귀향했다. 남인의 지도자였던 조식이나 (서인)소론의 지도자였던 윤증은 서울에 가지 않고도 중앙정치를 좌지우지했다. 이런 출사와 낙향의 전통이 무너진 것은 조선 후기 김상헌의 후손인 신안동김씨 등 경화세족이 나타나면서부터다. 관향은 지방이었지만, 이들은 조선 후기 내내 서울에 살면서 권력을 독점했다. 신안동김씨는 지금의 서울 서촌인 장동에 대대로 살아서 ‘장동김씨’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독재의 끝은 조선의 멸망이었다.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균형발전 정책으로 이미 행정도시인 세종에 행정부의 3분의 2인 20개 기관 등의 2만여명, 혁신도시 등 지방에 공기업의 절반인 150여개 기관의 5만여명이 옮겨가 있다. 이 거대한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아쇠는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이다. 방아쇠가 당겨지기만 하면 수도권 제국과 지방 식민지를 가로지른 둑이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수도권 인구 2568만명의 단 10%인 256만명만이라도 지방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 수도권 집중과 과밀, 지방의 낙후와 과소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머잖아 닥칠 지방 소멸의 거의 유일한 돌파구는 수도권-지방의 균형발전뿐이다.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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