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국제 에디터 2010년 8월28일 중국 지린성 창춘의 난후빈관(호텔) 앞.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차량 행렬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전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떠나는 길이었다. 삼엄한 통제 속에서 차량 행렬은 휙 사라져버렸다. “왜 한 나라의 지도자가 이렇게 꽁꽁 숨어 다니는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해외 언론 앞에서 어떤 북한의 미래를 원하는지 당당하게 얘기해달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소리치고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방문 사실조차 숨긴 채 극비리에 움직였고, 특파원들은 그와 숨바꼭질하며 중국 곳곳을 헤매 다니곤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런 과거를 단숨에 훌쩍 뛰어넘었다. 북한 지도자로는 최초로 남쪽 땅을 밟은 2018년 4월27일 오전 9시29분부터 12시간 동안 그와 문재인 대통령이 펼친 드라마는 몇번을 다시 봐도 놀랍다. “나는 언제 넘어갈 수 있을까요”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주고받으며, 남북 정상이 손을 꼭 잡고 65년 동안 한반도를 그토록 공포스럽게 갈라온 군사분계선을 사뿐히 넘나드는 모습에 울컥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왜 그 시간이 이렇게 오래였나, 왜 이렇게 오기 힘들었나”라는 말이 콕 박혔다. 그리고 드디어 북한 지도자가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마이크 앞에 처음으로 섰다. 남북 정상이 나란히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해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선언했다. 65년 동안 멈추지 못한 전쟁이 올해 종전선언으로 끝난다. ‘완전한 비핵화’가 명문화됐고 그 구체적 방법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다. 새 시대가 불편한 이들은 여전히 김정은의 변화가 “위장평화쇼”이며 “북한에 속고 있다”고 외친다. 수구세력의 ‘정신승리법’이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백악관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비밀 방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 중국 방문과 같은 의미로 준비하고 있다는 예고편이다.
백악관이 26일(현지시각)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악수하는 사진. 3월말~4월초 부활절 휴일 동안 CIA 국장으로서 평양을 극비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백악관 자료 사진
1971년 7월 베이징을 극비 방문한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 미 의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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