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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동아시아의 가능성 / 야마구치 지로

등록 2018-05-13 17:22수정 2018-05-13 19:12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5월9일 일본 도쿄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큰 움직임이 시작되려는 중에 3국의 지도자가 직접 이야기를 한 것 자체는 환영하고 싶다.

그러나 동아시아 현상에 대한 각국 지도자의 자세는 크게 다르다. 한국은 북한을 국제적 대화의 무대로 이끌어낸 최대의 공로자로 미국과 연락을 취해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지략을 짜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후원자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이야기를 해가면서 한반도 질서 구축을 향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과의 대화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일 시기에조차 압력 강화만을 외치며, 문제 해결에 대한 생산적 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 5월 초순 아베 신조 총리는 요르단을 방문했을 때 요르단이 북한과 국교를 단절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한 ‘평양선언’(2002년 고이즈미 방북 때 한 선언으로, 양국 국교 정상화 뒤 경제협력 추진 명시. 일본은 식민지 지배를 사과했고, 북한은 납북자 문제를 ‘북-일 관계가 비정상적인 관계였던 때에 발생한 유감스러운 문제’로 표현하며 사과)을 이행해 북-일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겠다고도 발언했다. 일본의 방침은 알기 어렵다.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최대의 원인은 아베 정권이 북한 문제를 오로지 국내 정치 도구로만 이용해온 데 있다. 일본 국내에서는 아베 총리가 지지를 잃고 궁지에 몰리면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다는 농담이 있다.

이는 결코 우스개가 아니다. 지난해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패한 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 직후 북한은 미사일 실험(도쿄도의회 선거 이틀 뒤인 지난해 7월4일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같은 달 28일에도 사정거리 1만㎞ 전후로 추정된 화성-14형 미사일을 발사했다)을 해서 일본 국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공포와 증오가 높아졌고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회복됐다. 아베 총리는 같은 해 9월에 중의원을 해산했다. 야당 분열 덕도 봐서 대승을 거두고 정권은 지속됐다. 이 선거 중에 자민당은 일본의 상황을 ‘국난’이라고 부르며 일본을 지키겠다고 외쳤다.

요약하면, 아베 정권에 북한의 위협은 권력을 유지하기에 좋은 순풍이었다. 미사일 공포와 납치 사건에 대한 분노를 부채질하면 일본인들을 간단히 사고 정지에 빠뜨릴 수 있다. 한반도에는 긴장이 존재하는 편이 좋다고 아베 정권 지도부는 받아들이고 있지 않을까? 지난해 가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아소 다로 부총리는 “북한 덕에 이겼다”고 본심을 토로했을 정도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굳이 ‘불 속의 밤을 주우러 갈 필요는 없다’(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위험을 감수하며 할 필요는 없다는 뜻)고 하는 게 일본 정부 수뇌부의 발상일 것이다. 아베 총리가 북-일 평양선언을 언급한 것은 국제적 평화 창출의 흐름이 확정적으로 된 뒤의 일이고,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

이런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미·중 세 나라가 북한 비핵화를 향해서 노력하는 시기에 일본도 북-일 관계 개선을 향해서 움직여야만 한다. 남북 정상회담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꺼냈을 때, 김 위원장은 “왜 일본은 직접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북한에) 이야기해오지 않는가”라고 발언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북-일 간에 존재하는 현안은 일본의 지도자 자신이 꺼내서 대화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을 단순히 악의 상징으로 이용해서 국민의 공포심을 부채질하는 것밖에 하지 않았던 과거를 반성하고, 대화로 전환하는 게 가능할지 아베 총리의 역량을 묻게 되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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