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 등을 쓴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은 재치 있는 명언을 여럿 남겼다. 그중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솔깃한 이야기도 있다.
“소설을 쓰는 데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안타깝게 그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글 잘 쓰기로 소문난 서머싯 몸이 (글쓰기에 두려움이 있는) 일반인을 약 올리기 위해 저런 말을 했을 리는 없지만 가만히 음미해봐도 별 내용이 없어 보인다. 비결이 분명 있을 듯한데 없다고 하니 글을 잘 쓰는 일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에 빗대어 나는 사진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한 ×가지 원칙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세상 사람 모두 그 내용을 알고 있다.”
“어,
나는 모르는데?”라는 독자가 있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 ‘사진 잘 찍는 규칙, 법, 원칙, 팁’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자. 수십, 수백 가지 방법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주변을 둘러보면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주 많다. 독자 중에선 “나 빼고 모두 잘 찍는 것 같아”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도움닫기를 하는 이 선수는 2015년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육상 멀리뛰기 종목에 출전했다. 왼쪽에 선 가이드가 내는 소리를 듣고 발을 구름판 위에 언제 구를지 판단해 점프한다. 가이드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멀리뛰기 기록은 선수의 달리기 속도와 순발력, 그리고 체력과 자세에 달렸다.
“앞만 보고 달려라”는 실제 전방만 주시해 달리라는 말이 아니라 목표를 정했으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이다. 시각장애인 운동선수는 앞을 못 보니 앞만 보고 달리라
는 조언은 적절치 않겠지만, 자신이 할 일이 정해지면 몰입해서 달려나간다는 측면에서 비슷하게 적용할 수도 있겠다. 글 쓰는 일이든, 사진 찍는 일이든 마찬가지다.
×가지 규칙이 필요하겠지만 결국은 본인 의지에 달렸다. 열심히 쓰고 찍으면 잘하게 된다. 잘 쓰고 잘 찍는 팁을 찾는 건 자신이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추려는 핑계를 찾는 것 아닐까?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