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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왜냐면] 최인훈과 노회찬, 그리고 광장 / 김규종

등록 2018-08-08 18:19수정 2018-08-09 09:35

김규종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2018년 7월23일 두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소설가 최인훈과 정치인 노회찬. 한국 현대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기고 그들은 표표히 장도에 올랐다. 그들을 엮어주는 하나의 어휘가 있다면 그것은 ‘광장’일 것이다.

최인훈은 장편소설 <광장>(1961)에서 4·19혁명이 만들어낸 시공간을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이승만 독재를 철폐하고 새로운 정치·사회적인 지평을 열어젖힌 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사유하는 최인훈. 그는 사적인 공간인 밀실과 그것의 총체인 광장의 분열을 기술한다.

“개인의 밀실과 광장이 맞뚫렸던 시절에 사람은 속은 편했다. 광장만 있고 밀실이 없었던 중들과 임금들의 시절에,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 밀실과 광장이 갈라지던 날부터 괴로움이 비롯했다. 그 속에 목숨을 묻고 싶은 광장을 끝내 찾지 못할 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인훈은 고대와 중세를 광장만 존재했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적인 평등이 소중했던 시간. 그 시절 세상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돌아갔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을 모두 소유하려는 근대인은 밀실과 광장이 양립해야 평화롭게 살 수 있다. 개인의 밀실만 존재하고 광장이 막혀버린 남한과 전체주의 광장만 있고 밀실이 차폐된 북한, 그 어디에도 ‘이명준’은 정착하지 못한다.

4·19혁명의 함의를 최인훈은 밀실들의 전면적인 연결을 통한 총체적인 광장에서 찾는다. 그것은 항구화된 전제를 타파함으로써 자유로운 개인과 개인의 소통과 연결을 광장에서 수렴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권력자와 부자들과 정치가들의 밀실을 혁파하고 대중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거대공간의 창출 가능성 모색. 그것은 5·16 군사쿠데타로 한낱 백일몽으로 끝난다.

길고 지루했던, 야비하고 처절했던 박정희 장기집권과 그 뒤를 이은 군부쿠데타의 서슬 속에서 성장한 노회찬. 일찍부터 밀실과 작별하고 광장을 지향해간 노동운동가 노회찬. 풍찬노숙의 세월 속에 그가 걸은 길은 재벌과 정치군인들과 타락한 정치가들의 기득권을 혁파하고 민중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그런 가능성을 열어젖힌 사건이 1987년 ‘평화대행진’이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지하철에서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쳤던 민초들의 항쟁이 거둔 정치적인 결실은 사상된다. 그러나 그해 7월부터 9월까지 노동자 대투쟁은 노동조합 결성의 초석이 된다. 그것은 재벌과 대기업 총수의 밀실과 권부의 밀실이 야합한 거대이윤 나눠 먹기에 균열을 가져온 일대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그것의 밀알이 된 용접공 출신 노회찬.

노동자들의 해방을 꿈꾸었던 노동청년 노회찬의 정치적인 행보가 1991년부터 구체화된다. 그가 추구했던 일관된 가치는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삼성 엑스파일’ 사건은 그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2013년 대법원 판결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그의 발언을 돌이킨다.

“저는 오늘 대법원 판결로 10개월 만에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시 광야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촛불혁명은 정권을 교체했지만, 밀실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노회찬이 남긴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그것은 어둠의 밀실을 넘어 활짝 열린 광장으로 나아갈 것을 명령한다. 그것만이 최인훈과 노회찬이 꿈꾸었던 자유와 평등이 조화로운 이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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