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로 인체에 해로우나 눈에 보이지 않아 ‘은밀한 살인자’라고 불린다. 봄, 겨울마다 미세먼지 때문에 집 구석에 있는 마스크를 꺼내 들거나, 꺼져 있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일은 우리에게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30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 중 친환경 에너지세제 개편안이 우리 눈을 사로잡는다. 현재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에 부과되는 제세부담금이 ㎏당 91.4원인 데 반해 발전용 유연탄에는 ㎏당 36원의 개별소비세만 부과되고 있다.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하는 유연탄 세율이 엘엔지 세율의 39.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발전용 엘엔지의 제세부담금을 91.4원에서 23원으로 대폭 인하하고 발전용 유연탄의 제세부담금을 36원에서 46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는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수준으로 몇가지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 첫째, 유연탄과 엘엔지의 미세먼지 관련 환경비용이 2 대 1(85원 대 43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금번 에너지세제 개편은 환경비용의 내부화라는 조세 원칙에 충실하였다. 유연탄 세율을 올리면서 친환경 연료인 엘엔지 세율을 낮춤으로써 현재의 불합리한 과세체계를 교정할 수 있다. 둘째, 금번 세제 개편은 고미세먼지 석탄발전 축소 및 저미세먼지 가스발전 확대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정부는 미세먼지 감축량을 427톤으로 전망하는데, 이는 2017년 6월 한달간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효과인 304톤보다 많은 것이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봄철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환경급전 도입 등 다른 미세먼지 대책과 함께 실시될 경우 적지 않은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셋째,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도록 하는 조세 중립 세제 개편이다. 유연탄에 대한 제세부담금 인상분만큼 엘엔지 제세부담금을 인하하도록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물가 안정에 기여하도록 하였다. 넷째, 한전의 전력구입비 감소를 통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최근 국제 연료가격이 2배 올라 한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금번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감소하고 이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만, 다음의 두가지 점에 있어서는 적절한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금번 세제 개편만으로는 석탄발전의 증가를 막기에 부족함이 있으며 국제 연료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면 세제 개편의 효과는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환경급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전력시장 운영제도 자체의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 둘째, 지방세인 지역자원시설세의 세율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연탄발전 및 엘엔지발전 모두 ㎾h당 0.3원으로 동일하지만 미세먼지 관련 환경비용을 고려하면 유연탄발전의 세율이 훨씬 더 높아야 하므로 엘엔지발전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세율을 인하하는 등 지방세 합리화도 추진해야 한다.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2014년부터 과세됐고, 원자력에는 아직 국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그간 에너지세제가 원자력과 유연탄을 우대하여 에너지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면 금번 에너지세제 개편은 에너지전환의 ‘촉진자’(enabler)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한 두가지 보완 조치와 함께 관련 법규 정비 등 후속 조치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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