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관계에서 경제 분야는 공세를 취하나, 지정학적 대결은 지양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런 중국 정책은 지속가능한가?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미-중이 무역전쟁에 한정하는 것을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무역 등 경제 분야에서는 공세를 취하나, 지정학적 대결은 지금까지 비교적 지양해왔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와는 완전히 대조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역 등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조한 반면,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 중시) 정책을 공개적으로 표방하고는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한 지정학적 대결에 불을 지폈다. 중국 봉쇄선을 다시 구축하려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외교적 노력을 적극 펼쳤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유일한 우방이던 미얀마와 국교정상화를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도서 해역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시작한 미 해군의 ‘항행의 자유’ 작전은 미-중 지정학적 대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항행의 자유를 중단했다. 당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구한다는 명분이었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그해 하반기에 재개됐으나, 큰 갈등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프랑스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중국 관계에서 무역전쟁 등 경제적 압박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그는 후보 시절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과 다른 나라 사이의 모순이다. 미국이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중국과 3차 대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으며 환율조작으로 미국을 속이고 있다”, “중국의 미국 수출 상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말해 최근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및 무역전쟁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이런 대중 정책은 그가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상응한다. 트럼프는 동맹을 구축해 미국의 장기적인 패권을 지키려 하기보다는 무역적자 해소 등 미국의 즉자적인 이익을 추구하려고 관련국에 부담을 떠넘기는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에 밝힌 대중국 정책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대중국 정책은 지속가능한 것인가? 중국과 관련된 경제 문제와 지정학적 문제는 분리 가능한 것인가? 그 해답은 미-중 관계의 본질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중이 경쟁하기는 하나 궁극적으로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로 보느냐, 아니면 세계 패권을 두고 우열을 가려야 할 관계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두 나라 관계가 시간이 갈수록 후자 쪽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미국 내의 주류적 의견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 수사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주 국방부의 ‘우주군’ 창설계획의 근거로 중국군을 들었다. 또 트위터에서 “러시아만을 쳐다보는 데 초점을 두는 모든 바보들은 중국이라는 또다른 방향으로도 쳐다보기 시작해야만 한다”며 미국 대선 조작에 중국도 가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압력을 완화해 북한이 핵협상에서 적극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중국-러시아 진영에 속하는 세력권이라는 전통적인 냉전적 대결 시각으로 보지 않았다. 이에 더해 경제와 지정학적 문제를 분리 대처함으로써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넘어서 지정학적 대결도 마다하지 않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이 미국에 채근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대표적이다.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가 연합해 인도양부터 태평양까지 중국을 포위하자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말 인도-태평양 전략의 경제적 주춧돌로 에너지, 인프라, 디지털무역 분야에 1억13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최초의 구체적 조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워싱턴에서도 그 실효성과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미국 주도의 기존 세계 질서에서 동맹과 경쟁국과의 관계를 뒤죽박죽 해놓은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과의 지정학적 대결은 위험스러운 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개월간 치열한 무역전쟁을 치른 미국과 중국이 22~23일 워싱턴에서 다시 무역협상을 한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두 나라가 무역전쟁만 치르는 것에 안도해야 할지 모른다. Egil@hani.co.kr
연재정의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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