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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선일보, 통계 장난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하나

등록 2018-08-22 14:40수정 2018-11-29 14:29

지난 17일치 <한겨레>에 ‘통계 갖고 장난치지 마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참여정부 때 각종 경제 통계를 왜곡 보도한 보수언론이 최근 또다시 이런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칼럼이었다. 대부분의 국민은 통계 원자료를 접하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내용을 전달받기 때문에 기사를 정확히 써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 사례로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한국과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을 자의적으로 비교한 것을 들었다.

이 칼럼에 대해 조선일보가 21일 ‘조선일보가 통계 장난? 장난친 곳은 따로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렇지 않다. 조선일보 기사야말로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통계 갖고 장난을 친 것도 모자라 거짓말로 통계 왜곡을 합리화하려 한다.

한국은 낮게, 미국은 높게…입맛 대로 통계 선택

통상 경제성장률로 부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계산하는 방법은 ‘전기 대비’ ‘전기 대비 연율 환산’ ‘전년 동기 대비’ 등이 있다. 전기 대비는 바로 직전 분기와 비교한 증가율이다. 2분기라면 1분기와 비교한 수치다. 단순 증가율이다. 반면 연율 환산은 전기 대비 증가율과 똑같은 속도로 1년 동안 계속 증가한다는 가정 아래 추산한 성장률이다. 2분기라면 2분기 증가율을 4제곱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증가율이다. 2분기라면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한 수치다. 이처럼 각각 비교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증가율도 다르게 나온다. 혼동하기 쉬워 경제부 기자가 되면 처음에 반드시 배우는 내용이다. 자칫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를 보면, 한국의 성장률은 전기 대비 0.7%, 연율 환산 2.8%(1.007x1.007x1.007x1.007), 전년 동기 대비 2.9%였다. 미국 상무부가 27일 밤(한국 시각)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를 보면, 미국의 성장률은 전기 대비 1.0%, 연율 환산 4.1%(1.01x1.01x1.01x1.01), 전년 동기 대비 2.8%였다.

조선일보는 27일치 사설에서 “우리 경제가 2분기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보다 경제가 12배 큰 미국은 무려 4.3%(연율 환산) 성장을 내다본다. 충격적이기에 앞서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미 상무부 발표에 앞서 시장 예상치를 근거로 썼음) 한국은 ‘전기 대비’를, 미국은 전기 대비의 4제곱인 ‘연율 환산’을 가지고 비교했다. 서로 기준이 다른 통계 수치를 비교한 것이다. 그것도 한국은 가장 낮은 수치를, 미국은 가장 높은 수치를 선택했다. 전형적인 통계 왜곡이다. 비교를 하려면 기준이 같아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따라서 “전기 대비 기준 한국은 0.7%, 미국은 1.0% 성장했다”거나 “연율 환산 기준 한국은 2.8%, 미국은 4.1% 성장했다”거나 “전년 동기 대비 기준 한국은 2.9%, 미국은 2.8% 성장했다”로 쓰는 게 맞다. 조선일보는 미국의 성장률 뒤에만 (연율 환산)이라고 적어놨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군색하다.

경제 지식 아닌 산수의 문제…성실성도 안 보여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한겨레가 “핏대를 세우며 악의적인 주장을 했다”고 했는데, 서로 기준이 다른 통계를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 어째서 “악의적”이란 말인가.

조선일보는 또 “미국과 한국은 성장률을 집계·발표하는 방식이 애초부터 다르다. 한은은 전기 대비를 앞세우고 미 상무부는 전기 대비 연율로만 발표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말이 안 된다. 발표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기준이 다른 통계를 비교해도 되는 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각국의 성장률을 비교 발표할 때 동일한 기준을 사용한다.

특히 “미 상무부가 연율 환산만 발표한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기’가 아닐 수 없다. 전기 대비 증가율이 없는데 연율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는 말인가? 미 상무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연율 환산’뿐 아니라 ‘전기 대비’와 ‘전년 동기 대비’가 바로 확인된다. 미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이 18조5072억달러로 1분기의 18조3240억달러에 비해 1.0%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의 17조9952억달러와 비교하면 2.8% 증가했다. 조선일보는 “한겨레 논설위원이 경제 기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는데, 이건 경제 지식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산수의 문제다. 또 통계 원자료를 한번쯤 확인해보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실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떠 “나라별 성장률을 보도할 때는 집계 기준을 명시하면서 각국이 발표한 숫자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정석”이라고 주장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얘기다. 어떻게 서로 기준이 다른 통계를 막 비교하는 게 ‘정석’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조선일보는 “한겨레 6월11일자 ‘식어가는 지구촌 경기…미 홀로 확장 어디까지 갈까’ 기사의 소제목에서 ‘독 0.3%↑, 일 -0.6%’라고 돼 있다. 여기서 독일은 ‘전기 대비’, 일본은 ‘전기 대비 연율’로 서로 기준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기껏 찾아낸 사례도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한겨레가 이전에 틀린 적이 있으니 조선일보가 틀린 것도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해괴한 논리다. 또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을 왜곡 비교한 사설과 일본과 독일의 성장률을 다루면서 소제목에서 기준을 언급하지 않은 게 어찌 같은 차원에서 비교될 수 있는가.

언제까지 ‘친정부 vs 반정부’ 타령만 할 건가

실수든 고의든 통계를 잘못 인용한 사실이 드러났으면 자성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으면 된다. 통계를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인용하지 말고 정직하게 쓰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친정부’니 ‘반정부’니 하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팩트를 가지고 얘기하는데 ‘편가르기’가 왜 나오는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사고의 범주가 여전히 ‘정부 때리기’ 아니면 ‘정부 감싸기’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 같다. 구태의연한 이분법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딱하기 이를 데 없다.

모든 기사가 그렇지만 경제 통계 관련 기사는 더욱더 정확하게 써야 한다. 통계 원자료를 충분히 숙지하고 선입견 없이 해석해야 한다. 경제 기자가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통계 왜곡으로 해당 언론의 신뢰가 실추하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국가경제에까지 해악을 끼쳐서야 되겠는가. 참여정부 내내 지켜본 모습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하는 말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 한겨레 칼럼 바로 가기 : 통계 갖고 장난치지 마라

▶ 조선일보 기사 바로 가기 : 조선일보가 통계 장난? 장난친 곳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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