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2 에디터 서울 집값이 또 폭등했다. 몇주 사이에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까지 올랐다. 정부는 지난 8월27일 투기지역 4곳을 추가 지정했고, 수도권 공공택지 14곳에 24만2천채의 집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고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정부는 보유세나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대책이 다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경험상 대한민국 정부는 단기는 물론, 중장기로도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서울의 주택은 수요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서울의 가구는 378만4700가구, 주택은 364만4100채다. 주택 보급률이 96.3%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체 가구 가운데 186만가구만 집이 있고, 192만가구는 집이 없다. 자가 보유율은 49.2%에 불과하다. 서울에 사는 192만가구는 서울에서 집이 필요하거나 집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또 집을 가진 186만가구 중에서도 추가로 주택과 상가주택을 사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아닌가. 서울에서 집이 없어 집을 사려는 사람과, 집이 있지만 집을 더 사서 돈을 벌려는 사람을 빼면 몇 사람 남지 않을 것이다. 서울 사람만이 아니다. 서울 동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주택 거래자의 20% 안팎이 서울 외 거주자다. 서울 주변의 위성도시에도 200만가구(500만명) 이상의 잠재적 구매자들이 산다. 지방 사람들도 여윳돈이 있으면 ‘돈이 되는’ 서울의 주택을 사려 한다. 서울은 앞으로 뉴욕이나 런던, 파리처럼 전세계 부자들이 집을 한채쯤 갖고 싶어하는 도시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집값이 내리겠는가.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키는 가장 확실하고 바람직한 방안은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주택 수요자)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 7월 대한민국의 인구는 5180만6977명이고, 수도권 인구는 2575만3544명(49.7%)이다. 이대로라면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를 돌파할 것이다. 어떻게 수도권의 인구를 줄일까? 통상 인구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3가지 요소는 정부와 대학, 기업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제안한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2차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달라. 첫째로, 노무현 정부 이후 수도권에서 새로 지정된 지방 이전 대상 기관 122개, 5만8천여명을 즉시 지방의 혁신도시와 대도시로 옮겨달라. 둘째로, 개헌을 다시 추진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달라. 당장 개헌이 안 된다면 제2청와대와 제2국회라도 세종시에 설치해달라. 이 두 기관의 이전은 수도권 집중을 무너뜨리고 지방 분산의 거대한 물꼬를 틀 것이다. 셋째로, 최고 국립대학인 서울대를 지방으로 옮겨달라. 서울대의 15개 단과대와 11개 전문대학원 등 26개를 각각 하나의 대학으로 독립시켜서 각 지방의 대도시로 분산해달라. 국립사회과학대학, 국립자연과학대학, 국립행정대학원, 이렇게 말이다. 전국으로 분산된 26개 국립대학은 한국의 ‘그랑제콜’이 될 수 있다. 기업은 정부와 대학의 인재들이 지방으로 가면, 자연히 따라갈 것이다. 이렇게 앞으로 10년 동안 수도권 인구 가운데 단 10%(257만명)만 지방으로 옮겨보자. 그러면 서울과 수도권은 지나친 인구와 밀도를 줄이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 지방으로 옮긴 가구들은 쉽게 집을 마련할 수 있고, 지방의 집값은 오를 것이다. 인구가 줄어 소멸할 지경인 지방의 시골과 중소도시, 대도시도 살릴 수 있다. 대한민국에 서울과 수도권 외에 경쟁력 있는 대도시와 지역을 키울 수 있다. 어떤가? 매력적인 도전이 아닌가?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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