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8월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지상 30층, 지하 3층 규모의 오피스텔 신축공사장에서 지하 굴착공사 도중에 흙막이 벽체가 무너져 뒤편 도로 지반이 길이 30m, 폭 10m, 깊이 6m로 꺼졌다. 그 주변 아파트 주차장 차량들이 기울고, 인접한 19층 아파트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고층빌딩 신축공사가 점차로 많아지면서 깊은 지하 굴착공사로 주변에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사고가 빈발하는데, 근래 언론에 보도된 사고만 해도 지난 6월에 서울 용산구에서 건물 붕괴,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수차례 도로 균열, 3년 전 용산구 인도에서 행인 2명이 싱크홀에 빠진 사고 등이 있다. 도심의 굴착공사 설계와 공사 과정은 다음과 같다. 사전에 시추지질조사를 수행해 굴착 때 발생할 토압(흙 압력)과 수압(지하수 압력)에 견딜 흙막이를 설계한다. 그리고 굴착 도중에 지질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흙막이 벽과 인접 건물에도 계측기를 설치해 위험하면 신속히 추가 보강을 한다. 금천구 사고 지역은 붕괴에 취약한 편마암 지대여서 촘촘한 시추지질조사로 흙막이 설계를 했어야 한다. 또 주민들이 붕괴 10일 전에 흙막이의 후방 주차장에 균열을 발견한 건, 흙막이 붕괴의 초기 징후였다. 굴착면에서 확인된 지질상태와 계측자료로 원인을 분석해 신속히 추가 보강을 했더라면 붕괴는 막았을 것이다. 그런데 굴착공사는 신축건물의 부차적인 공사이므로 추가 보강 비용과 공사기간 연장 때문에 주저하다가 붕괴를 초래한 것일 수도 있다. 한편 주민들이 붕괴 10일 전에 넣은 민원이 처리 안 된 건 시스템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축건물의 허가는 지자체 건축과 소관이지만 굴착공사는 토목분야이므로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도 주차장 균열이 왜 발생했는지를 전문성이 부족해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인접 건물주가 신축공사를 허가한 건축과에 민원을 넣어도 자기 소관이 아니라거나, 공사자와 협의하라고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국의 신축공사장 주변 건물에 균열은 다반사인데도 인접 건물주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억울해 소송을 해도 건물주가 균열 원인을 입증해야 하고 전문성도 없어서 배상을 제대로 받기가 어렵다. 금천구 사고처럼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 공사 관련자 몇 명을 처벌하고 지자체에서는 마치 새롭게 안 것처럼 전수조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안전진단에 몇 개월 지나가면서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공사 관련자가 잘못한 일회성 사고로 간주되면서 근본적인 시스템 부재는 묻히고 똑같은 사고가 전국적으로 반복된다. 금천구 사고 10일 전에 균열을 발견해서 민원을 제기할 정도로 지역 주민들은 안전에 예민한데도 지자체에선 신속히 해결하지 못하고 사고를 키웠다. 이건 4년 전 세월호 교훈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걸 보여준다. 각 분야마다 비슷한 문제가 있으므로 세월호 원인조사와는 별도로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도록 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켰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주도로 모든 안전을 해결하겠다고 국민안전처를 만들었는데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금천구 사고와 같이 모든 재난은 현장에 사는 주민들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5천만 국민이 주도적으로 함께하는 재난관리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지자체에서는 각 분야에 ‘안전 해결 전문가 자문단’을 지역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해 주민 제보의 신속한 해결을 행정 지원하면 된다. 시스템을 갖추는 데 거창한 조직이나 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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