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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미 중간선거가 북-미 협상의 촉진제 될 수 있나?

등록 2018-10-04 09:26수정 2018-10-04 09:38

오는 11월6일의 중간선거만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미국 선거는 찾기 힘들다. 이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워싱턴 외교안보 엘리트들의 불신과 회의 속에 거의 혼자서 밀어붙이고 있는 북-미 협상은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간선거 전망은 트럼프에게 유리하지 않다. 공화당의 의회 다수당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42석이 위태로운 반면, 민주당은 3석만이 불리하다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23석 추가를 4 대 1의 확률로 달성할 수 있다고 점쳐진다. 상원에서 민주당은 2석을 더 확보하면 다수당이 되나, 일단 쉽지 않아 보인다. 공화당은 선거 지형에서 유리해, 상원에서 70% 이상의 확률로 다수당 지위를 지킬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의회 권력의 교체는 북핵 문제를 여러번 반전시켰다.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행정부가 추진했던 북-미 제네바 핵합의는 그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며 파탄났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던 조지 부시 공화당 행정부는 2006년 중간선거에서 완패하자, 대북한 유화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압력 속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까지 논의했다.

이번 중간선거 뒤 의회에서는 민주당의 장악력이 커질 것으로 봐야 한다. 상원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적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면적으로 흔들 수 없으나, 한국은 미 의회에서 북-미 협상에 대한 견제력이 커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특히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미국에서 두번째 권력자인 하원의장에 반트럼프 대표주자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시 등극할 것을 예상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과 펠로시는 공화당이 내세웠던 ‘클린턴만은 안 된다’(ABC, Anything But Clinton)는 식으로 ‘트럼프만은 안 된다’는 노선이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북-미 협상도 예외가 아니다.

펠로시는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성명에서 “합의에 도달하려는 성급함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미국 위상으로 올리면서 그 체제를 현상유지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일 <시엔엔> 인터뷰에서도 “대통령은 자신과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코 그가 김정은 같은 불한당이 아니나 김정은은 자신의 가족을 죽였고 억압적인 전제군주인데, 트럼프는 그와 사랑에 빠졌다. 그의 취향에 의문을 가져야만 한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미국 중간선거 전에 북-미 협상이 북한 비핵화 등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서 불가역적인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은 북한에는 미 중간선거가 지나면 상전벽해의 변화가 올 수 있음을 주지시키는 한편 미국에도 일단 가시적 성과를 먼저 내놓는 것이 큰 숙제를 푸는 첫걸음이라고 채근해야 한다.

트럼프 이전에는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일관되게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주장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를 을러대던 때 펠로시 등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개입을 주장했다. 당시 펠로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관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으로서는 북-미 협상이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문제라는 것을 민주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진보파들에게 충분히 정보제공해야 한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지난 9월 <피비에스>(PBS) 회견에서 북-미 협상에 대해 “그들이 연락하고 적극 대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우리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이 막후에서 핵 생산을 계속한다는 것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서는 북-미 협상의 긍정적 성과들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최대한 전파해야 한다.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지키는 것이 북-미 협상을 순항시킨다고만 볼 수도 없다. 기고만장해진 트럼프는 북한과의 타협보다는 일방적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어쩌면 민주당이 하원에서 이기고 상원은 공화당이 지키는 구도가 트럼프로 하여금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서두르게 하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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