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위원 현대·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9월20일부터 고용노동부에 직접고용 시정명령 등을 요구하면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22일부터는 대표자들이 집단 단식에 들어갔다. 4일로 단식 13일,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의 눈이 퀭하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은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9234개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이후 지금까지 15년째 지적된 문제다.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로 설치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는 지난 7월31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권고했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올해 7월31일까지 활동한 개혁위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사건 처리’를 조사하게 된 것은 2010년 7월22일 대법원 판결 이후 법원이 일관되게 현대·기아차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소속된 각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음에도, 국가가 자동차 업종의 불법파견을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개혁위 조사 결과 ①노동부가 고소장 접수 시점으로부터 현대차 사건의 경우 5년 만에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기아차의 경우 3년이 지나도록 송치하지 않는 등 부당하게 사건을 장기화시킨 점 ②노동부와 검찰이 현대차 사건에서 법원 판결을 합리적 이유 없이 무시하면서 합법도급으로 판정한 점 ③검찰이 현대차 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을 남용하여 불법파견 인정 범위를 축소시켰고, 기아차 사건에서 근로감독관이 수사지휘건의서를 제출하자 실제로는 인도받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4개월간 수사지휘건의서 접수를 보류하여 부당하게 수사를 지연시킨 점 등이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이 9월27일 삼성전자서비스 전·현직 대표이사를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과 달리 수원지검은 위와 같은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즉 현대·기아차가 법원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파견법을 위반하면서 불법파견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국가가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개혁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자동차 업종 불법파견 사건에 대한 부당 처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것,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당사자 확정을 위한 조사를 토대로 직접고용을 명령할 것, 당사자 간 협의·중재 등 적극적인 조치를 조속히 취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사항 중 핵심은 노동부가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통해 15년째 지속된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에 종지부를 찍으라는 것이었다. 개혁위는 과거 국가기관의 불법파견 사건 처리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전제로 더 이상 국가가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권고했다. 그런데 노동부가 개혁위 활동 종료 뒤 2개월이 지나도록 당사자 간 교섭중재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 간 교섭중재는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의 전제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대체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식도 벌써 2주가 지났다. 법을 지키라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단식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 해결, 노동부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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