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부총재보 국내총생산(GDP·지디피)은 한 나라 전체의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거시경제 지표다. 하지만 한 나라 안에서도 경제가 크게 성장하거나 새로이 부상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쇠퇴해가는 지역도 있다. 산업 내에서도 성장하는 산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쇠퇴하는 산업이 있다. 그렇기에 어떤 지역이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경기가 좋다고 말하고 다른 지역이나 산업에서는 경기가 최악이라고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북한 경제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에 북한 방문자의 소감이 게재되었는데 북한 경제가 지난 10년간 크게 변한 것이 없어 정체 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전하고 있다. 한편 <한겨레> 칼럼은 평양 시내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고 북한 주민들이 휴대폰을 많이 가지고 있는 등 경제활동이 매우 활발한 느낌이라는 말을 전하고 있다. 특히 이를 토대로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북한 지디피 추정치가 부정확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 지디피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도 평가가 엇갈린다. 북한 지디피를 추정하면서 북한의 가격과 부가가치율을 쓰지 않아 북한 지디피가 과대 추정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반면 북한 지디피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장마당 등 비공식 경제활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과소 추정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북한 지디피 통계는 무용한가? 지디피는 다양한 기초자료를 취합한 후 이를 지디피 개념에 맞게 재가공하여 만드는 특성으로 인해 기초자료가 없거나 부실하면 통계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 같은 폐쇄경제의 경우 기초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음에도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 경제의 개괄적인 현황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한국은행에서는 1991년부터 유관 기관의 협조를 받아 매년 북한 지디피를 추정하고 있다. 먼저,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유관 기관들로부터 생산량, 무역통계 등의 기초자료를 입수한 후, 국제기준에 부합되게 북한 지디피를 추계한다. 이러한 추계 결과는 다시 유관 기관 및 국내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발표되고 있다. 통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보도자료에서 안내하고 있듯이 북한 지디피 추정치는 불가피하게 한국의 가격과 부가가치율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여 북한과 제3국의 경제력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추정치는 북한 경제를 우리나라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함으로써 남북한의 경제력을 비교하거나 남북 경제통합 시 소요되는 비용을 산출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그동안 축적된 시계열을 통해 북한 경제성장률의 흐름이나 산업구조 변화를 파악하는 데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더욱이 다른 어떤 기관보다 많은 기초자료를 활용하여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작성됨에 따라 유엔 등 국제적으로도 많이 인용되고 있으며 북한 경제 연구에 필요한 세부 시계열 자료를 제공하여 연구자들로부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와 이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변화함에 따라 북한 경제 관련 통계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향후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의하여 기초자료를 더욱 확충하고 관계 부처 및 국제기구 등과 협력하여 북한의 통계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 참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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