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이후 트럼프는 대선 출마에 유리하도록 북한 문제를 다루려고 할 것이다. 당장 시간은 트럼프 편이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가 주도한 북핵 게임을 마무리지어야 할 압박은 커질 것이다.
선임기자 11월6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고, 한반도에도 그렇다. “오직 한가지, 내가 전에 말했지만, 더욱더 지금 강렬히 느낀다. 민주당에 투표하라, 민주당을 위해 유세하라, 민주당에 모금하라, 민주당에 투표하도록 다른 사람들을 차에 태워 투표소로 데려가라.” 미국의 가장 유명한 언론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23일 <뉴욕 타임스> 칼럼에서 “민주당을 뽑아서 상·하원을 되찾아오는 것”이 “미국을 다시 미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적 언론인 프리드먼이 민주당 선대위원장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미국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를, 각 진영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그럼, 프리드먼 말대로 이번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으로 복귀하면 미국은 달라질 것인가? 우선 미국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해서 바꿀 수 있느냐부터 물어야 한다. 현재 선거는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복귀하고,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남는 전망이 유력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트럼프는 트럼프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트럼프는 취임 이후 최고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지지율은 높아지는데, 이는 트럼프가 ‘트럼프스러움’을 100% 이상 발휘하는 것에 기인한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 인준으로 지지층 결집을 시작해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타결, 49년 만의 최저 실업률, 터키에 투옥됐던 앤드루 브런슨 목사 석방, 흑인 랩 가수 카녜이 웨스트의 지지 등은 트럼프의 국정 장악력과 지지율을 올렸다. 특히 반대층에게는 혐오를 부르지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극단적인 ‘갈라치기’ 선거운동으로 자신의 지지율 제고뿐 아니라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그는 최근 몬태나 유세에서 이 지역 하원의원인 그레그 지앤포테이가 과거 질문을 하는 기자를 엎어치기한 것에 대해 ‘대단하다’며 “내 사람이다”라고 말해 지지층을 열광시켰다. 최근 갤럽 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한달 전에 반대 56%, 지지 40%에서 반대 50%, 지지 44%로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개선됐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도 한달간 42.9%에서 44.3%로 올랐다. 이는 취임 이후 첫 중간선거에 임했던 로널드 레이건의 42%, 빌 클린턴의 41%보다 높고, 버락 오바마의 46%에 근접한다. 오바마 역시 첫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참패를 겪어서, 트럼프의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 지위를 지키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당시 오바마 지지도는 하락 추세였고 트럼프는 상승 추세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결집도가 높은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지지율 개선은 민주당의 의석 증가를 현저히 막을 공산이 크다. 자신의 ‘트럼프스러움’이 인기 비결임을 아는 트럼프가 하원에서 다수당에 오른 민주당에 고분고분해질 이유가 별로 없다. 레이건이나 클린턴도 여소야대 의회에서 국정을 운영했다.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은 트럼프가 추진하는 북-미 관계 개선이다. 중간선거 뒤 트럼프에게 그 동력은 전과 같지 않을 것으로 우리는 각오해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10월7일) 이후 트럼프의 북한 언급은 갈수록 적어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도 내년으로 넘어갔다. 트럼프로서는 이제 급할 것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발사는 동결시켜 놓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는 그대로 남아 있으니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선거 이후 트럼프에게 북한 문제는 급박한 이슈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격동하는 중동 문제가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의 첫 과제가 될 것이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는 무엇보다도 차기 대선을 위한 포석에 모든 이슈를 종속시킬 것이다. 북한 문제도 여기에 맞출 것이다. 그의 대선 출마에 유리하도록 북한 문제를 다루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런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당장 시간은 트럼프 편일 수 있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가 주도한 북핵 게임을 마무리지어야 할 압박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30년을 벌여온 북핵 게임이다. 그렇게 보면 트럼프의 남은 임기 2년은 결코 길지 않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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