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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차가운 내전’을 벌이는 트럼프 이용법

등록 2018-11-14 17:37수정 2018-11-15 14:26

‘차가운 내전’을 벌이는 트럼프에게 제2의 국제적 냉전이나 북핵 문제를 격화시킬 여유는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 내년 상반기 내로 타협되면, 북핵 문제 해결의 공간도 넓어진다. 트럼프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타협과 해결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의길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미국은 지금 다시 냉전을 벌이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제2의 냉전은 아직 불확실하다. 그보다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냉전이다. ‘차가운 내전’(cold civil war)이다.

지난 6일 중간선거는 미국이 차가운 내전인 내부의 냉전에 돌입했음을 말해준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진단했다. 미국은 인종, 계층, 성별, 지역별로 갈가리 나눠졌다. 백인 대 비백인, 도시 대 비도시, 북부 대 남부, 연안 대 내륙, 고학력층 대 저학력층, 남성 대 여성…, 그래서 공화당은 ‘내륙·남부·비도시·저학력·남성·백인’이, 민주당은 ‘연안·북부·대도시·고학력·여성·비백인’이 지지층이다.

이 차가운 내전의 뿌리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다. 짧게 보면 금융자유화 및 규제완화가 본격화된 1990년대 초반부터, 길게 보면 달러 위기로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한 1970년대 초부터 진행된 세계화다. 중산층의 나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양극화 사회로 바뀌었다.

세계화의 수혜자와 피해자는 집단 정체성에 따라 발현됐다. 지역 차원의 산업에 종사하던 내륙 비도시의 저학력 남성 백인과 그 주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자신들의 처지와 낙후된 생활에 분노했다. 2016년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가 이들을 격동시켜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2년 동안 트럼프는 반세계화 지지층의 집단 정체성에 호소하는 정치와 노선으로 일관했다. 국내적으로는 반이민을 고리로 한 지지층 다지기다. 이민 온 비백인 소수민족계에 대한 지지층의 우려를 증폭시켜 지지기반을 견고히 다져왔다.

그 결과가 이번 중간선거다. 트럼프는 이 선거에서 결코 지지 않았다. 하원을 민주당에 내주기는 했으나, 예상보다는 선방했다. 중부 내륙 등에서는 지지층이 더 견고해졌고, 러스트벨트 등 경합지역 일부도 수성했다. 무엇보다도 공화당이 완전히 자신의 당으로 바뀌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 비판적인 온건 중도 인사들이 대거 탈락했다.

공화당은 작아졌지만, 트럼프는 강해졌다. 이제 강해진 트럼프와 커진 민주당이 직접 충돌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와 민주당이 충돌하는 최전선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미국인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전선이 형성되는 ‘차가운 내전’이 시작되고 있다.

트럼프에게는 내부 냉전이 부상하는 중국을 봉쇄하는 제2의 국제적 냉전보다 우선순위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각종 자유무역협정 개폐, 반다자주의, 그리고 미국의 국외 방위 개입 축소를 대외정책의 주축으로 삼았다. ‘우리가 먹고살기 힘든데, 왜 미국이 국외로 나가 남 좋은 일을 해주냐’는 지지층의 정서를 대외정책에 반영했다.

트럼프가 전례없는 무역전쟁을 중국과 벌이고 있지만, 이것을 중국 봉쇄의 포석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 때에 비해 중국과의 지정학적 대결을 회피하고 있다. 중국이 사활적인 안보 이해로 보는 남중국해, 티베트, 신장위구르 문제에서 목소리나 행동이 없다.

트럼프는 분명 세계적으로 전개한 미국의 개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물론 미국의 부담과 비용도 축소하고 있다. 이는 국제문제에서 미국의 장악력 약화로 귀결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100돌 기념식을 맞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방위군 구축을 주장하자, 트럼프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나 더 내라고 충돌한 것이 대표적이다.

따지고 보면 트럼프가 추진한 북-미 대화도 미국의 개입 축소의 일환이다. 그리고 트럼프에게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은 그의 대외정책에서 유일하게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의제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차가운 내전을 거쳐 2년 뒤 다시 백악관으로 입성해야 하는 트럼프에겐 북핵 문제를 격화시킬 여유는 없다. 북한이 여전히 미사일 기지를 은폐하고 있다는 <뉴욕 타임스> 보도를 그가 즉각 반박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중 무역전쟁이 절정에 올랐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내로 타협이 될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의 공간이 넓어질 것이다. 흔들리지 말고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며 그 길에 앞장서야 한다. 트럼프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타협과 해결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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