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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크리틱] 소통과 참여가 필요한 용산공원 / 배정한

등록 2019-01-04 17:41수정 2019-01-05 14:39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환경과조경’ 편집주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용산공원 조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작년 광복절 행사에서는 용산 기지의 공원화를 재차 강조했다. 이 약속은 지난 두 정권의 무관심과 방관으로 표류하던 용산공원 사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토부 주관의 ‘용산 미군기지 버스투어’가 시작됐고,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와 미군은 캠프 킴 내의 한 건물을 재활용한 ‘용산공원 갤러리’를 시민에게 개방했다. 마침내 미지의 장막이 걷히고 미지의 땅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했다. 현재 용산 기지의 상당 부분이 비어 있는 상태이며, 2020년 여름이면 거의 대부분이 폐쇄될 전망이다. 연말에는 국제설계공모의 당선작을 바탕으로 진행된 기본설계가 6년의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기도 했다. 질곡의 역사를 겪어온 이 기구한 땅을 평화의 공원으로 치유할 수 있는 토대가 이제 마련된 셈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2020년대 초반에 기지 이전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장기간의 기지 반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시설 조사, 환경오염 조사와 정화 작업, 문화재 조사가 완료된 뒤에야 공원 조성이 시작된다. 10년 가까운 공백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손 놓고 기다릴 게 아니라 이 기간을 지혜롭게 써야 한다. 공원의 미래 거버넌스를 미리 만들어가고, 다각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공원 조성의 밑바탕을 다져야 한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은 더 소중하다.

우선, 정부는 2018년에 완성된 기본설계안을 공론의 장에 올려 소통과 참여의 밑판을 깔아야 한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상의 조성계획과 실시계획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기본설계라는 기초 재료를 두고 정부, 전문가, 시민이 머리를 맞대면 한층 구체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다. 담론에서 디자인으로 토론의 초점을 옮길 시점이다.

이와 병행해 ‘임시 활용’ 방안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이전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미군과 협의해 기지 일부를 임시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 이미 폐쇄된 부지와 시설 중 안전 문제가 없는 적합한 곳을 찾아 ‘임시 공원’을 개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내년이면 임시 공원이 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우선은 체계적인 ‘임시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금단의 땅을 미리 보고 밟으며 체험하는 감격을 시민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기지 반환이 최종 승인되기 전에 건축, 기반시설, 지하매설물, 토양, 식생 등을 먼저 조사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종합기본계획과 기본설계의 약점은 부지 환경과 시설에 대한 상세 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데 있다. 기지 반환과 공원 개장 사이의 긴 공백기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사전 조사에 대한 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략적으로 풀어가야 할 장기 의제는 공원 영역과 경계의 문제다. 일부 반환이 시작된 1990년대 이후 용산 기지에는 이미 용산가족공원,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이 들어섰다. 한-미 협정에 따라 드래곤힐 호텔과 방호 부지는 공원의 요지를 계속 차지하게 됐다. 미국대사관이 공원 북단에 새로 들어설 계획이다. 국방부는 공원과 맞닿은 지금의 부지를 앞으로도 사용한다. 이대로라면 정상적인 공원 형태를 갖추기 쉽지 않다. 정부는 공원의 영역과 경계 이슈를 두고 미국과 지혜롭게 협상하는 외교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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