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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미-중 세력싸움에 대처하기 / 이용인

등록 2019-05-29 17:08수정 2019-05-30 09:16

이용인

한반도국제 에디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위태로워 보인다. 총만 들지 않았을 뿐 포연이 자욱하다. 예상보다 이르게 다가온 미-중의 전면전 양상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역전쟁의 봉합 시점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도 3월에서 6월, 다시 올해 말로 점점 뒤로 늦춰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의 미-중 경쟁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체결을 통해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자 틀을 동원한 티피피는 장기전 성격의 아웃복싱이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일대일로 정면승부를 벌이는 ‘난투극’을 택했다. 심판도 없고, 완충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도 없다. 어느 한쪽이 수건을 던져야 끝나는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더 나아가 안보와 외교를 아우르는 두 국가의 세력경쟁이 언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분명한 것은 봉합의 형태나 수순이 어떠하든 미-중 간 세력싸움은 ‘뉴노멀’이 됐다는 점이다. 갈등의 주기는 더욱 짧아질 것이고 진폭도 커질 것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압박도 그에 비례할 것이다.

이제 미-중 세력경쟁은 북핵 문제만큼이나, 어쩌면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를 넘어 우리의 ‘국운’까지 좌우할 외부 변수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미-중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장단기 전략을 꼼꼼하고 치밀하며 종합적으로 세워야 한다.

외교현장에선 3국 관계를 담당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미-중 관계나 미-일 관계 등 제3국 간 관계를 다루는 자리에는 관례적으로 경험이 많지 않은 외교관이 배치된다. 북핵문제나 한-미 동맹이 우리 외교의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도 중국 체제의 특성상 미-중 관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선 외교현장에선 일본 외교관이나 언론을 통해 듣는 귀동냥이 적지 않다. 전략 수립의 첫 단계인 독자적인 현장의 정보 수집부터 점검해야 한다.

외교부 본부에서도 미-중 문제는 북미국이나 동북아시아국에서 주로 담당한다. 당연히 한-미 관계나 한-중 관계 등 우리 중심의 양자외교보다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 미-중 관계는 물론, 이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미-일, 중-일, 아세안 등까지 포괄하는 총체적인 정세분석과 전략수립이 긴요하다.

필요하다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라도 만들어야 한다. 미-중 관계는 안보와 경제, 외교, 각국 국내 정치를 동시에 다루는 통합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외교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보 취합과 분석, 이를 바탕으로 한 위험 회피 전략과 기회 편승 전략을 세우고 구체적인 협상 칩을 준비해야 한다.

미-중 관계의 주요 영향권에 있고 지정학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도 적극적으로 연대해 정보와 전략을 공유해야 한다.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고,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유대도 더 진전시켜야 한다. 일선에 있는 대사들도 이들 국가 대사들과의 친목을 다지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남북 간의 갈등 관리는 필수적이다. 2010년 미-중 갈등 국면에서 터진 천안함 사건에서 봤듯이, 남북 간 쟁점들이 여과 없이 미-중 간의 싸움 소재로 활용되면서 국제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또한 미-중 갈등기에 양국의 북핵문제에 대한 우선순위는 떨어지고, 양국 모두 장기적으로도 내상을 입어 북핵 문제 해결에 자원을 투입하기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검증이 필요한 가설이지만, 북한은 미-중이 협력보다 대립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중차대한 시기에 이런저런 외교부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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