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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거친 이빨 걷어낸 ‘홍카레오’…보고싶다, 2라운드

등록 2019-06-11 10:20수정 2019-06-11 20:11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차분하고 유연한 면모의 홍준표
깊은 내공과 여유 보여준 유시민
1인미디어시대의 ‘표현의 자유’ 모범사례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튜브 화면 갈무리
‘편식은 해롭다. 더 많은 별식을 기대한다’

유튜브 합동방송 홍카레오의 후일담이 뜨겁다. 관전평이 쏟아지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걸 보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틀림없나 보다. 불리한 대목에선 능청스럽게 빠져나갔지만 홍준표 전 대표는 박제화된 이미지를 벗어나 유연하고 차분한 면모를 보여주었고, 날카로움을 걷어낸 유시민 이사장은 시종 여유있고 내공 깊은 토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통쾌하게 상대를 굴복시키고 레전드로 남을 배틀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다소 밋밋했을지 모르지만 이번 토론은 승자만 있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특히 미디어 전공자로서 이번 합동방송에서 눈여겨 본 것은 내용보다는 형식이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의 격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편향의 온상으로 또는 극우세력의 음험한 서식지 정도로 간주되는 유튜브가 혹여 공론장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우선 토론의 품격 면에서 이번 토론은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자면 1인 미디어 시대 표현의 자유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 만큼 긍정적이었다. 표현의 자유란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일방적인 말할 권리가 아니라 듣는 의무를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억압받아온 우리 사회는 아주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를 말할 권리 차원에서만 집중적으로 사유해 왔다. 네덜란드 출신 학자인 햄링크에 따르면 서구사회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단 한 명의 듣는 사람이 없더라도 런던 하이드파크 연단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면 그만인 것으로 착각돼 왔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은 문자 그대로 소통과 대화를 기본으로 한다. 듣는 이가 없다면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존 밀턴의 <아레오파지티카>만 하더라도 주의 깊게 읽어보면 표현의 자유가 경청하는 덕목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누구나 말할 도구를 확보했다고 봐도 무방한 1인 미디어 시대는 듣는 의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날카로운 혐오의 말이 일방적으로 난무하는 정치권에 이번 토론은 희미한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로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유튜브가 공론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징후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토론은 성공적이었다. 그동안 유튜브는 최소한 정치적 이슈에 관한 한 대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사용자 편의와 취향에 최적화된 유튜브의 알고리즘 추천방식은 사용자를 필터버블(확증편향)에 가두는 주범으로 간주돼 오랜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토론은 유튜브의 공적 가능성을 미약하나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했다. 유튜브가 어떤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정치토론임에도 상대측 후보를 칭찬하는 댓글이 상당수 많았다는 점에서 청신호로 보기에 충분했다. 벌써부터 홍카레오 2라운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루빨리 홍카레오 후속편이 성사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스핀오프가 나오길 기대한다. 또 지상파를 비롯해 정통 언론은 더 많이 긴장해야 할 것이다. 오락과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시사토론의 영역까지 유튜브에 뺏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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