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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건설사에 소유된 지역언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 2019-07-09 17:29수정 2019-07-09 20:07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지역 언론만큼 당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큰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지방분권의 완성, 상생과 국가발전의 매개체 등이 당위의 영역에 속한다면 민주사회의 필요악이라거나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물이라는 냉정한 평가는 지역 언론이 처한 뼈아픈 현실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지역에 거주하는 미디어연구자로서 둘 사이의 심연에서 종종 길을 잃곤 한다. 당위와 명분 차원에서 지역 미디어 활성화를 주장하다가 곧바로 지역 미디어를 신랄하게 비판해야 하는 인지부조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 미디어 업계는 굵직한 이슈들로 출렁였는데 언론사들이 직면한 심연의 차이를 드러내기에 충분한 사안들이었다. 우선 지난달 말 국회에서는 지역방송협회와 지역방송협의회,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역 커뮤니케이션권 확보와 지역방송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신뢰와 저널리즘 기능 회복을 전제로 했지만 이날 토론회는 기본적으로 지역방송의 활성화 방안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철 지난 유행가 같을지라도 지역 미디어의 당위와 명분을 재확인하고 공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총선과 지방분권, 추경과 같은 정치기회 구조 속에서 지역방송발전특별법을 개정하고 지역방송발전기금을 조성하자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세미나의 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전국에서 모인 지역방송 주요 관계자들은 이해 당사자들답게 항의, 당부, 민원, 협조, 반성이 뒤섞인 밀도 높은 논의를 쏟아냈다. 한편 미디어 업계 동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취재기자들도 날선 질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부분 지역 언론의 참담한 현실을 적시하는 내용들이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공감되고 정확한 지적들이었다. 이들의 견제의 칼날이 무뎌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역방송 발전방안이 당분간 주요 의제로 유지되며 사회적 합의로 이어지기 바라는 마음만큼이나 강하게 일었다.

그런데 세미나로 인한 복잡한 마음을 다 추스르기도 전에 지역의 중견 건설사들이 연이어 중앙언론을 인수 합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중흥건설이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간하는 헤럴드미디어그룹의 경영권 확보를 시작으로 <광주방송>을 소유한 호반건설이 포스코가 갖고 있던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이에 앞서 부영건설도 제주와 인천의 언론사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다른 지역 사례로는 울산 <유비시>(UBC) 지분 30%를 확보한 삼라마이다스그룹이 건설사를 모태로 한 것이며, 익히 알려진 것처럼 <에스비에스>(SBS)도 태영건설이 소유하고 있다.

건설사가 언론사를 소유하려는 이유는 건설이라는 거친 이미지를 만회할 브랜드 가치 상승을 겨냥하거나 모기업 운영의 시너지 효과를 보려는 전략 등 다각도로 풀이된다. 내세우는 명분이나 진짜 속내가 무엇이든 건설사가 언론사를 소유하는 것은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었다. 저널리즘 역할과 기능 면에서 부정적 사례가 더 많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또렷해진다. 특히 지역 신문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인수합병이 방송으로까지 확대돼 간다는 점에서 건설기업의 지역 언론 소유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현기증 나는 인지 부조화를 견디며 주장한다. 지역 언론은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거점으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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