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글 쓸 때도 사람이 먼저다
②‘대한’을 대하는 자세
③‘의’와 전쟁을 선언하라
④‘빵들과 장미들’이 어색한 이유
⑤ 갖지 말고 버리자
⑥ ‘것’을 줄여쓰라
⑦ 주어에 서술어를 응답하라
⑧ 쌍상에 맞춰 ‘응답하라’
⑨ 동사가 먼저다
⑩ 좋은 글은 ‘갑질’하지 않는다
⑪ 중언부언 말자
⑫
영어 번역투에서 벗어나자
‘적’은 일본에서 많이 쓰기 시작한 뒤 우리가 따라 쓰게 된 거다. 일본에선 메이지 시대 초기 영어 ‘~tic’을 번역하면서 ‘~적’이란 말을 썼다. 일본 발음으로 ‘적’은 ‘데키’(teki)다.
우리가 흔히 쓰는 ‘경제적 문제’ ‘정치적 관계’ ‘국제적 문제’에서도 ‘적’을 모두 빼 보자. 훨씬 더 자연스럽다. ‘적’이 붙으면 어려워지고 불친절한 말이 되기 십상이다. 말뜻이 명확해지지 않는다. 뭉뚱그려질 수밖에 없기에 듣는 이에겐 모호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런 적(的)을 적(敵·싸우는 상대)이라고 생각하고 되도록 쓰지 말자.
일본식 서술어를 줄이자
우리말에서 서술어는 문장 끝에 온다. 그런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주 쓰는 서술어 가운데 일본식 표현이 있다. ‘있으시기 바랍니다’는 일본어투다. ‘참석 있으시기 바랍니다.’ 행사에 앞서 초대하는 글을 보낼 때 흔히 본다. 옳은 표현이 아니다. ‘참석’이란 말 뒤에는 ‘하다’나 ‘하지 않다’ ‘하지 못하다’와 같은 말이 따라와야 한다. 참석 뒤에 ‘있다’를 붙여 쓰면 우리말 어법에 어긋난다.
방송에서 “많은 시청 (있으시기) 바랍니다”를 자주 듣는다. 일상생활에서도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많은 이용 있으시기 바랍니다” “많은 협조 있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말을 주고받는다. 이런 표현은 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 “많이 시청해주십시오” “많이 협조해주세요” “많이 이용해주십시오”로 고치는 게 좋다.
‘요(要)한다’. 이 표현도 일본에서 왔다. 일본어 ‘필요 있다(よう(要)する)’를 직역했다. 격식을 찾는 공무원이 많이 쓴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업’을 ‘막대한 비용을 요하는 사업’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우리말 표현은 ‘해야 한다’다. ‘하이킹을 할 때는 체력과 인내력을 요한다’라는 표현은 ‘하이킹을 할 때는 체력과 인내력이 필요하다’로 고치자.
독립군을 체포해 고문한 일제 고등 경찰이 쓰던 표현 가운데 하나가 ‘요시찰자’(要視察者) ‘요주의자’(要注意者)였다. 최근까지 우리나라 정보기관에서도 쓰던 표현이다. 이젠 사라져야 할 말이다.
‘다름 아니다’. 이 말은 일본어 ‘다른 것이 아니다(~にほかならない)’를 직역한 구절이다. ‘다름 아니다’를 ‘똑같다’나 ‘다름없다’로 바꿔 써야 일본말 찌꺼기를 걸러낸 표현이다. ‘다름없다’라는 좋은 우리말 표현이 있다. ‘그 시대 역사를 온전히 기억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는 이렇게 고치면 된다. ‘그 시대 역사를 온전히 기억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달(達)하다’. 일본 한자어 ‘달하다’를 우리가 읽는 한자로 읽어서 표현한 말이다. ‘어떤 정도나 범위에 미치다’라는 의미로 쓰는 우리말에는 ‘이르다’가 있다. 굳이 일본어 한자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올해 1~10월 에어컨 국내 판매 증가율이 53%에 달했다’를 ‘올해 1~10월 에어컨 국내 판매 증가율이 53%에 이르렀다’로 고치면 된다.
‘경우’. 역시 일본어를 그대로 직역한 표현이다. 우리말 표현인 ‘일 때’나 보조사 ‘은/는’으로 바로잡자. ‘아이들의 경우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하다.’는 ‘아이들은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하다’로 고치면 된다. ‘눈이 계속 내리는 경우 교통을 통제한다’는 ‘눈이 계속 내릴 때는 교통을 통제한다’로 고쳐보자.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