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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절실한 정책결정의 ‘관제탑’/ 이창곤

등록 2019-09-02 17:36수정 2019-09-02 17:46

대부분의 공항에는 컨트롤타워, 즉 관제탑이 있다. 관제탑의 허가 없이는 어떤 비행기도 뜨고 내릴 수가 없다. 관제탑은 항공기의 위치와 고도를 확인해 필요사항을 지시한다. 비행 전에는 조종사가 제출한 비행계획을 점검하고 승인하기도 한다. 만약 관제탑이 없거나 제 기능을 잃는다면? 위험천만한 비극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날마다 다양한 정책 협의를 벌이고 결정한다. 이들 정책 하나하나는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민주화 이전에는 많은 정책이 통치자나 관료집단이란 폐쇄회로 안에서 결정됐다. 예컨대, 관료가 정책을 입안하면 여당이 주도해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는 식이었다.

이런 권위주의적인 정책결정 과정은 관료나 재벌 등 정권에 유착된 특정 집단에 편익과 특권을 주는 등의 문제를 낳았다. 민주화는 이런 정책결정에 변화를 가져와 정책과정의 참여 범위를 넓히고 시민단체 대표 등 참여자 수를 크게 늘리도록 했다. 정책결정 과정은 그만큼 민주적으로 이뤄졌으나 동시에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사회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등 개혁정책이 추진됐고, ‘문재인 케어’ 등 일부 성과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난 2년3개월을 평가해보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인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소득 1분위 최하위 계층의 소득은 2018년 기준으로 전년보다 더 줄고 청년 실업은 2017년 9.2%에서 2018년 10.5%로 늘었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이나 재벌개혁, 교육개혁 등 핵심 개혁정책이 길을 잃거나 방치되면서 의미있는 사회적 합의와 결실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런 난맥상엔 여러 원인과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개중에 하나만 콕 집어 말하라고 하면, 정책 결정 및 시행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부재나 오작동을 들고 싶다. 경제·사회 분야의 주요 정책에 관여하는 청와대와 각 부처, 학계 및 정책전문가 그룹 그리고 시민단체 등 여러 ‘정책 플레이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해, 소기의 목표를 향해 나가도록 하는 기능이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생각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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