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국가 고시를 대표해온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서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또 사상 최고치를 깼다. 216명을 뽑은 올해 행정고시 행정·공안직에서 44%를 차지했으니 한두 해 안에 절반을 넘을 것 같다. 여전히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사법고시에서도 1001명 가운데 3분의 1인 323명이 여성이었다.
여성의 약진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몇 해 전 군복무 가산점 폐지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있었던 것도 여성의 공직 진출 급증과 관련이 깊다. 남녀 공학 중·고교에서 여학생이 줄줄이 최상위권 성적을 차지하는 건 이제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 그 비결은 무엇보다 성실한 내신 관리에 있다.
황우석 교수 사태를 삼풍백화점 또는 성수대교 붕괴에 비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존 성장 방식이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다는 점에서 닮았다. 황 교수로 상징된 생명공학이 국가적 신산업의 하나였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미국 뉴욕대학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산출 증가율(성장)=생산성 증가율+(1/3 자본 증가율)+(2/3 노동 증가율)’이라는 성장공식을 제시한다. 성장은 노동 증가에 따라 가장 눈에 띄게 이뤄지지만 얼마 안 가 한계에 이른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생산성이 계속 높아져야 하는데, 이때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면 위기를 맞는다. 과거 아이엠에프 경제위기와 황 교수 사태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사태는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에도 살아남았던 자원 투입형 압축 성장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릴 것을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조종이다.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른바 ‘내신형 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한눈 팔거나 허세 부리지 않고 꾸준히 지적 역량을 다져나가는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 곧, 지식 기반형 사회는 바로 내신형 사회다. 우리는 지금 극적인 시대 교체를 보고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