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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명박-박근혜’ 가 달려온다

등록 2005-12-29 19:38수정 2005-12-29 19:38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아침햇발
학자들은 개미떼가 매우 정교한 구조물을 지을 수 있는 이유를 집단지능으로 설명한다. 2007년 대선을 향해 움직이는 한나라당을 들여다 보면 집단지능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개개인은 아니지만, 전체는 매우 전략적이다.

한나라당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회창 후보 중심 체제를 갖추었다. 공격은 이회창 후보 개인에게 집중됐고 한나라당은 패배했다. 한나라당이 이번에 채택한 기조는 ‘전략적 모호성’이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중에 누가 후보인지 미리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할분담 구도도 잘 짜여 있다. 박근혜 대표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인 보수 성향의 표가 달아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이명박 시장은 중도 성향의 새로운 표를 잡아오는 일을 하고 있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한나라당 혁신안은 내년 지방선거가 끝난 뒤 7월 전당대회에서 대선주자들이 상임고문을 맡도록 하고 있다. 경쟁하라는 얘기다. 여당의 공격에서 살아남는 자가 마지막 순간에 후보가 된다는 것이고, 경선에서 지는 자는 정권 탈환을 위해 ‘무조건’ 승복하라는 엄격한 조건이 붙어 있다. 한나라당 후보는 결국 ‘박근혜-이명박’이나, ‘이명박-박근혜’라는 복식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나라당 ‘주류’는 아무래도 ‘이명박-박근혜’ 조합을 선호하는 것 같다. “박근혜는 여자다. 또 박정희의 딸이다. 한계가 있다. 이명박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당선 가능성은 더 높다.” 대략 이런 이유라고 한다. 한나라당 주류는 대구·경북에서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니고 서울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5·6공 시절엔 재경 경북고 동문회였다. 이들의 네트워크는 정계-관계-재계-언론계로 연결되어 있다.

12월16일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시장은 22.3%의 지지율로, 18.9%의 고건, 15.5%의 박근혜를 확실히 앞섰다. ‘청계천 효과’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론 주도층인 30대와 40대, 화이트 칼라 및 자영업, 대학 이상 계층에서 지지율이 높다. 이 시장은 강정구 교수 사건과 사립학교법 사태도 비켜가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수구꼴통’이라는 ‘독박’을 쓰고 있는 동안, 이 시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합리적이라는 이미지를 챙기고 있다.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상고 출신이 세 번 된다’는 어느 점쟁이의 예언이 사실이 된다. 그는 포항 동지상고를 나왔다. 이 시장은 단순명쾌하다. 만수(만 가지 수)를 이기는 것은 단수(한가지 수)라고 말한다.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3만달러 시대와 경부운하 건설을 외친다. 그는 겉모습보다 대단히 보수적인 사람이다. 자신의 학생운동 및 투옥 경험을 ‘잘못된 좌파의 길’로 서슴없이 규정한다. 동료들이 김영삼·김대중씨를 따라갈 때 자신은 기업에 들어가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화 세력의 성과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나 분배에는 별 관심이 없다. 대한민국을 ‘토목 공화국’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이명박-박근혜’ 조의 승리는 정권이 다시 티케이(대구·경북)로 넘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20세기에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 중에는 민중의 힘으로 민주 정권이 들어선 곳이 많았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격으로 대개 ‘반동’이 왔다. 현재의 정치 상황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의 집권은 기득권 세력의 복귀를 뜻한다. 2007년 대선인지, 그 다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반드시 돌아온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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