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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인도-태평양’과 한미일 삼각동맹은 양립 안 된다

등록 2019-11-11 16:10수정 2019-11-12 09:39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재고 압박으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인·태 동참도 종용한다. 한국에게 이중의 대중국 봉쇄를 강요이다. 한국에 인·태 동참을 촉구하려면, 동아시아의 마지막 허브 앤 스포크 안보동맹 체제인 한·미·일 동맹 강화를 종용해서는 안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미국과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하는 새로운 전략인 ‘인도-태평양’은 지리적 범위가 아라비아해에서 동중국해까지의 바다와 그 연안이다. 인류의 문명과 교역에서 가장 ‘가깝고 빠른’ 바다였다.

이 지역을 통과하는 몬순 기후는 여름철에는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겨울철에는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부는 계절풍을 인류에게 선사했다. 문명이 시작된 이후 이 계절풍을 이용해 페르시아만-인도-말레이반도-중국 연안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교역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백만대군을 격파한 화공전을 위해 하늘에 이 계절풍을 기도했다. 신라의 경주 고분에서 예멘의 특산품 몰약이 발굴된 것도 인-태의 교역 네트워크 때문이었다.

계절풍을 타면, 페르시아만에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까지 70일이면 항해가 가능했다. 유럽의 지중해에서 항해보다 두배나 빠른 항속이었다. 바스코 다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온 이후 유럽이 이 바다로 진출해 패권을 장악하게 된 것도 인-태의 지정학적 혜택때문이었다. 기존의 대륙 제국들은 거대한 영토를 군사력으로 평정하고 장악해야 했으나, 유럽의 해양세력들은 인-태 연안의 교역거점만을 장악해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부와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유럽의 첫 해양 제국인 포르투갈은 리스본에서 일본 나가사키까지 교역로에서 서아프리카 루안다, 동아프리카 잔지바르, 인도 고아, 말레이 반도 말라카, 중국 마카오 등 전략적 거점만 확보해 통제하며, 인-태의 패권을 차지했다. 그 유지에는 단 1만명의 병력만 필요했다. 런던과 도쿄를 잇는 2만4천㎞ 항로를 따라 건설된 대영제국의 절정기에도 상비군 규모가 9만9천명에, 국방비가 국내총생산의 2.5%에 불과했다.(니얼 퍼거슨의 <제국>)

중국의 부상은 인-태를 다시 그레이트 게임의 무대로 불러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중국 봉쇄는 일본에서 동남아로 이어지는 아시아-태평양 방어선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시진핑 이후 중국은 본토와 인도양 연안 지대를 해로와 육로로 연결하는 일대일로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명의 제독 정화의 함대가 누빈 인-태의 제해권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전략으로 서방에게 다가왔다.

‘인도-태평양’은 2007년 인도의 한 해군 장교가 인도와 일본의 협력을 위해 제기한 개념이다. 그해 인도를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인도양과 태평양의 합일”을 주창해, 이 개념의 전도사로 나섰다. 미국은 지난해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꿨다. 미 국방부는 올해 6월1일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수정주의 세력” 중국이 “단기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패권,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우위를 추구한다”고 공격적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기존 아·태 지역 안보동맹은 자전거 바퀴의 부채살 같은 ‘허브 앤 스포크’ 체제였다. 미국이 중심에 서서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양자 동맹체제를 맺는 체제였다. 그런데, 동아시아에 편중됐고, ‘허브’인 미국과 연결되는 ‘스포크’는 한국과 일본만 남는 상황이어서, 유라시아 대륙 중앙과 인도양으로 나가려는 중국을 봉쇄하기에는 역부족이 됐다.

미국은 아·태의 기존 허브 앤 스포크 체제를 인·태 전략으로 대체하려 한다.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중국을 봉쇄하는 인·태의 책임있는 당사자로 승격시키려는 것이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꿈꾸는 일본은 이 전략을 통해 미국의 하위 동맹국이 아니라 대등한 동맹국으로 승격해, 말레이 반도 넘어 인도양으로까지 세력권 확장을 꿈꾼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 심지어 일본까지도 이 전략은 아직은 대중국 헷징에 머문다.

일본이 공식적으로 발간한 인·태 전략 보고서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 인도양 연안의 개발 프로젝트만 언급한다.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지난 9월 인·태와 관련해 “미-중 분쟁에서 양자택일의 시각을 거부한다”며 “미국과의 동맹은 우리의 과거·현재·미래이자 안보의 근간이고,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이자 자원 수입국인 중국은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라고 규정했다. 인도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미국과의 협력을 원하나, 인·태에서 미국이 주창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 확산에는 관심이 없다. 2000년대 이후 동방정책인 ‘룩 이스트’를 업그레이드한 ‘액트 이스트’와의 연계해, 인도아대륙에서 말라카 해협 사이의 인도양에서 영향력 확장을 원할뿐이다.

미국은 인·태를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무대로 만들려 하나, 역내 국가들은 아직 소극적이다. 한국에게 인·태는 동아시아에 집중된 미-중 대결의 압력을 분산시키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 인·태 동참을 촉구하려면, 동아시아의 마지막 허브 앤 스포크 안보동맹 체제인 한·미·일 동맹 강화를 종용해서는 안된다.

최근 미국이 일본과의 지소미아 종료를 재고하라고 압박하며 한미일 동맹체제 틀을 강화시키고, 인·태 동참도 종용한다. 이는 한국에게 이중의 대중국 봉쇄를 강요하는 것이다. 한국에게 중국의 일대일로가 기회이듯이, 미국과 일본이 인·태 역시 기회일 수 있다. 일대일로나 인·태 모두 한국에게는 경제 기회나 한반도 주변의 세력균형을 위한 헷징 차원에서 철저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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