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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등록금 인상이 해법인가 / 양선아

등록 2019-11-20 18:55수정 2019-11-21 09:42

양선아ㅣ사회정책팀장

전국 4년제 153개 대학이 속한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가 지난 15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내년부터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결의서를 통해 “지난 10여년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인해 대학재정은 황폐화되었고, 교육환경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깔때기 같다. 대학 총장 모임에 가도, 대학 관계자들이 모여 진행하는 세미나에 가도, 이야기의 끝은 오직 하나다. 대학 등록금 인상 타령이다. 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학의 수많은 문제의 원인도 또 이를 풀 수 있는 해법도 오로지 하나로 귀결된다. 대학 등록금 인상을 반드시 해야 한단다. 고등교육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지 못하는 것도, 교육 시설 투자 못 하는 것도 등록금 동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09년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 실시 뒤, 고장 난 테이프처럼 반복되는 대학들의 이 같은 주장을 듣다 보면, 우리 대학의 미래가 암울하게만 그려진다. 미래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은 사회적 변화와 함께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한국 대학이 2030년께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 대학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는 운영이 심각해지고, 심할 경우 학교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대학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들이 위기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대학 교육 및 운영 혁신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등록금 인상’이라는 손쉬운 카드만 꺼낸다는 점에서 아쉽다.

물론 등록금 의존율이 60%에 가까운 대학들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최근엔 강사법이 시행됐고, 대학 입학금까지 폐지됐으니 재정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도 고등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다양한 고등교육재정지원 사업을 해온 만큼, 대학 역시 등록금 의존도를 줄일 다양한 방안을 스스로 강구해야 했던 것 아닐까.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 재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재원 구조를 다양화하고, 획기적인 고등교육 정책 발전방안을 제시한 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낼 수도 있다.

최근 교육 공정성과 교육 불평등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대학 서열 해소나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의 격차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들이 당사자로서 나서 논의를 진척시키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학’이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데도, 각종 대학 관련 협의회에서는 ‘등록금 인상’ ‘정부 고등교육 재정 확대’ ‘대학 규제 완화’ 이야기만 나온다. 대학의 공공성 강화와 책무성을 담은 미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사립 대학의 비리 및 비위 행위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보이지 않는다.

등록금 동결 10년에도, 대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대학 등록금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의 대국민 교육여론조사를 보면, 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1순위 고등·평생·직업 교육정책으로 응답자들은 ‘등록금 부담 경감’을 꼽았다. 다른 나라와 견줘도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수준은 결코 낮은 게 아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사립대보다 연간 평균등록금이 높은 나라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뿐이다. 국공립대 연간 평균등록금도 미국, 칠레, 호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만약 대학들이 밝힌대로 올해부터 법정 상한만큼 등록금을 인상한다면, 대학 연구자들은 2029년에는 연간 등록금이 1천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측한다. 대학교육의 변화와 함께 대학 재정 운영의 투명성이 강화되지 않고 대학 등록금만 더 오른다면, 대학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 투자도 확대될 수 없다. 등록금 인상 주장이 과연 해법인지 대학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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