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모 ㅣ 부경대 생태공학과 교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중 방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반도는 물론 각종 국제기구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해사기구(IMO),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서 국제공조를 선도하는 것은 한국이다.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낼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서태평양 지역의 해양환경과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한국이 가장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숀 버니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최근 기고한 원고에서 일본이 태평양에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1년 내 동해에도 방사성 물질이 유입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인접국인 한국은 이런 환경 위협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고 관련 정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국정감사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는 물론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질의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런 경고와 지적이 근원적인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협조하는 체제가 아니라 다분히 국제 공론화를 통한 압박에 그쳐 형식적인 논리로 처리될 위험이 있어 안타깝다. 방사성 물질이 1년 내 동해에 흘러들 것이라는 지적도 방류량과 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정확한 유입 농도가 제시되지 않으면 단지 위험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1년 안에 유입된다는 사실보다 실제 회유하는 어족들은 언제든지 우리 근해로 들어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해양생태계의 파괴와 각국이 태평양에서 조업한 어획물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인류의 재앙이 따로 없을 것이다. 보다 심도 있고 과학적인 검토를 통하여 주변국의 염려는 물론 직접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시민사회와 어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처리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해양오염물질을 처리하는 방안은 크게 다섯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발생원 제어다. 오염물질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료나 생산 공정의 교체는 물론 생산과 소비까지도 금지시키는 가장 근원적인 해결 방법이다. 둘째는 재순환, 재사용이다. 발생된 오염물질을 자연으로 재순환시키거나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오염물질을 저장하는 방법이다. 현재 처리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거나 재사용이 불가능할 때 인간의 활동영역으로부터 상당한 거리에 저장하여 처리하는 방법이다. 넷째는 지역할당제에 의한 오염통제다. 해역별로 용도에 따라 기준을 달리하여 관리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해양보호구역이나 특별관리해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은 과세에 의한 오염통제다. 부득이 오염될 수밖에 없는 경우 보상과 복구를 위한 비용을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벌과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원전 오염수는 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수준에서 원칙에 없는 해중 방류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며, 현 인류는 물론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정의에도 부당하다. 방사성 물질은 말 그대로 자연 붕괴되기 때문에 격리하여 시간을 두고 보관하면 자연 감소한다. 다만 시간과 공간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경제적 처리방법이 되지 못할 뿐이다. 또한 보관하는 동안 새로운 효과적인 처리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후쿠시마와 일본의 문제로 국한해 접근하지 말고 우리 인류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원전 보유국과 인접국에서 우선적으로 기술적·경제적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류의 재앙은 한 국가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한 국가의 재앙은 국제사회가 공조해서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