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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30 리스펙트] 이번엔 미래세대가 온다 / 박진영

등록 2019-11-24 18:02수정 2019-11-25 02:36

박진영 ㅣ 경제 미디어 <어피티> 대표

우연한 기회로 미디어학회에 패널로 참여했다. 새롭게 출현하는 ‘미래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위해 미디어가 어떤 가치와 전략을 가져가야 하는지 토론하는 자리였다. 스스로 밀레니얼(198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의 범주에 들어가는 입장에서, 밀레니얼을 분석하고 의논하는 건 여러번 경험했지만 미래세대는 낯설었다. 토론을 계기로 ‘나 다음 세대’의 출현에 처음 직면했다.

미래세대의 미디어 사용법은 밀레니얼과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하나의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플랫폼을 마치 게임을 하듯 돌아다닌다. 이 게임에서는 힐러(Healer), 저 게임에서는 탱커(Tanker)가 되어 다양한 역할로 게임을 플레이하듯, 각각의 플랫폼에서 서로 다른 자아를 갖고 변화무쌍하게 활동한다.

버디버디에서 싸이월드로,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큰 걸음 옮기듯 몇년에 한번씩 주요 플랫폼을 바꾸며 천천히 적응해가는 밀레니얼과는 굉장히 다르다.

마치 게임을 하듯 여러 플랫폼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플랫폼 내에서 노는 방식도 독특하다. 게임 속 퀘스트를 깨기 위해 다른 유저들과 길드를 꾸리듯, 플랫폼에서 콘텐츠 하나를 만들 때도 활발하게 길드를 만들어낸다. 프로젝트를 위해 약한 연결로 모이고, 만들고, 성과를 내고, 다시 해산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 차이를 직접 경험했던 건 2016년. 크리에이터인 지인의 추천으로 한 카카오톡 채팅방에 들어간 적이 있다. 100여명이 모여 있는 채팅방인데 모두 ‘미래세대’라 규정된 그 나이대의 인원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로 영상 기획과 촬영, 편집, 출연, 유튜브 채널 운영까지 말 그대로 ‘이 시대가 원하는 능력치’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놀라웠던 건 이들이 협업하는 방식이었다. 채팅방에 프로젝트의 목적, 원하는 능력치(출연, 촬영 보조 등), 일정 등을 공유하며 ‘개인 톡 주세요’라고 올리면 관심 있는 이들이 모인다. 특별히 ‘우리 팀’을 규정하지 않고 프로젝트별로 크루를 꾸리고 활발하게 헤쳐 모인다. 게임 길드원을 모집하는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밀레니얼에 속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우린 뭐 하나같이 시작하려면 마음먹고 준비하는 데 며칠은 필요했다. ‘약한 연결’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뭐 하나 같이하려면 시간을 두고 여부를 결정했다. 팀을 한번 꾸리고 나면 퀘스트가 아니라 우리가 깨지더라도 ‘의리’로 뭉쳤다. 그나마 ‘실행력 있다’는 평을 듣는 편인데도 그랬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본 미래세대는 게임에 갑자기 등장한 사기 캐릭터에 가까웠다.

2010년대 초, 밀레니얼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할 때, 사회는 이들을 ‘영향력 있는 존재’보다는 ‘참 신기한 존재’로 바라봤다. 이들을 규정할 때도 ‘삼포세대’ ‘오포세대’ 등 부정적인 수식어가 붙는 일이 많았다. 밀레니얼이 대부분 대학생 또는 사회초년생이던 때다.

시간이 지나면서 밀레니얼의 가장 윗세대는 꽤 성공한 사업가 또는 기업에서 영향력 있는 직급으로 올라갔다. 밀레니얼은 조금씩 시장에서 주목하는 세대가 됐다.

이제 미래세대의 차례다. 미래세대가 그저 ‘특별하고 대단한 아이들’에 그치지 않고 시장을 뒤흔들 날도 머지않았다. 모두가 원하는 능력치를 처음부터 탑재하고 사회로 나온 미래세대. 이들이 10년 뒤 보여줄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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