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 ㅣ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질환 환자가 어느덧 2051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39명으로 증가했다. 미국 정부가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몇몇 주정부는 가향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정부 발표 이후 전체 점포 수의 90%를 차지하는 업계 1~5위 편의점이 모두 자발적으로 가향 액상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으니, 사실상 액상 전자담배가 퇴출된 상태다.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사용한 데에는 냄새나 맛뿐만 아니라 덜 해로운 담배로 바꾸자는 생각이 큰 역할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폐질환 사태로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렇다면 전자담배의 관리 차원에서 우리의 문제는 없었을까?
미국에서는 새로운 담배를 판매하려면 식품의약국에서 시판 전 심사를 통해 판매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담배회사는 담배의 구성 성분, 첨가제 등의 자료와 그 담배의 건강 위험성 자료, 기존 담배보다 더 위험하지 않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비해 현행 담배사업법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시·도지사에게 수입·도매업 등록만 하면 그 제품의 성분이나 안전성에 대해서 어떠한 심사도 받을 필요 없이 수입과 도매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건강 위해 상품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담배가 ‘연초의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고 정의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연초의 줄기나 뿌리에서 니코틴을 추출했다고 주장하는 액상 전자담배가 늘어나 70개 제품이 시판된다고 한다. 이들은 법망을 빠져나가 담배사업법의 관리조차 받지 않고 있다. 전자담배에는 암을 유발한다는 경고 그림을 붙이게 되어 있는데, 이들 70개 제품에도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데도 아무런 경고 표시가 붙지 않고 있다. 담뱃세를 내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전자담배 기기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을 전자장치로 가열해서 그 기체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니코틴 용액 포장에는 경고 그림을 붙이지만, 실제로 흡연을 할 때 손에 들고 있는 전자기기에는 아무런 경고가 붙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담배의 기기도 담배의 부속품으로 보아 경고 그림을 붙여야 한다. 이것도 법만 바꾸면 되는 일이다.
가향 담배는 또 어떤가? 향을 첨가하는 문제는 전자담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담배회사들이 담배와 전자담배에 향을 첨가하는 것은 흡연자를 유혹하기 위함이다. 청소년들은 ‘너 망고 향 맡아봤어? 사과 향 맡아봤어?’ 하는 식으로 자신들이 발암물질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향을 즐기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미국에서 이미 가향에 대해서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조처가 시급히 필요하다.
이런 전자담배 관리상의 맹점들을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바로 법을 개정해서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 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한다. 국회의원의 월급은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지금 그들이 국민의 건강에 대해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이 있을까? 매일 정쟁에 빠져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지 말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안이 있을 때는 속히 국회로 돌아가 이미 발의된 법안들을 심사하고,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국민들을 위해 일해주기를 많은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