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이 지역방송 활성화와 지역국 기능조정이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제주총국에서 시범사업을 벌여 호평을 받았던 지역뉴스 강화사업을 전국으로 확산한 것인데, 광주총국의 경우 지난 11월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뉴스7> 시간 전체(40분)를 직접 제작·방송하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에서 지역뉴스는 중앙뉴스 끄트머리에 5~7분 안팎 방영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지역정보를 주변적이거나 부차적인 뉴스로 여기게끔 만드는 형식이었다. 따라서 지역방송의 존립 근거로 지역성 강화를 줄곧 강조해온 학계로서는 이번 실험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두
네차례 방영된 프로그램 모니터 결과를 살펴봐도 톱뉴스를 지역 의제로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현장기자를 직접 연결하고,
스튜디오에 기자가 출연해 추가뉴스를 전달하는 등 그동안 지역뉴스에서 보기 힘들었던 심층정보 강화 노력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열악한 제작 여건과 인력을 고려하면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의제 선정의 방향성도 만족할 만했다. 지역뉴스 시간대를 늘린다고 단순히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기사를 많이 소개하기보다 중요 의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다양한 뉴스 형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심층성을 강화하되 쉽고 깊이 있는 뉴스를 지향하는 품질 좋은 저널리즘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물론 한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랜 관행에서 오는 지역·전국·국제 뉴스들 간 배치의 어색함이나 총국 중심으로 취재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역국 인력의 기능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쪼록 <한국방송>이 여타 장애물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역방송의 새로운 활로를 제시해주기를 기대한다.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지난 4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펴낸 프로젝트 보고서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연구보고서는 지역 미디어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다양한 주체들과 긴밀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협업 저널리즘’을 제안하고 있다. 다른 미디어에 종사하는 저널리스트와의 협업을 비롯해 지방정부 관리자, 데이터 분석가, 기술 전문가, 공동체 활동 조직가, 기타 전문가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탐사보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업의 범주는 레거시 언론과 스타트업 미디어, 저널리스트와 일반인 사이의 협업까지 망라하고 있다.
제언이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다. <한국방송>은 일련의 전문가 집단은 물론 지역에서 활동하는 1인 미디어 저널리스트, 다른 매체 기자가 자사 뉴스에 출연해 뉴스 리포팅을 하는 파격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장 한국방송 광주총국(KBS광주)은 새해 2월부터 주 1회이던 로컬존 편성을 주 4회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포괄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매일 40분이라는 전례 없는 뉴스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은 기간 한국방송이 더 많은 실험과 도전을 과감하게 시도해 지속가능한 것을 선별하기 바란다.
벌써부터 2월이 기다려진다.
한선 l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