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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올해의 키워드 ‘협력 미디어리터러시’

등록 2019-12-31 18:40수정 2020-01-01 02:34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가끔 피식 실소케 하는 질문을 받는다. ‘이게 뭐지’라는 황당함을 유발하는 학생들의 사소하고 어이없는 질문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동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진지하게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적이 있다. 그때 모두가 공감했던 이유 중 하나가 ‘혼족’ 문화다.

요즘 대학생들은 강의 진도나 수업시간 준비물처럼 사소해서 공식적으로 물어보기 민망한 사안을 접하면 주저 없이 담당 교수에게 ‘톡’을 보낸다. 과거라면 수강생이나 친구, 선후배 등을 통해 확인했을 내용이지만 이 과정이 헐거운 혼족들은 교수와 직거래한다. 같은 맥락에서 나홀로에 익숙한 대학생들은 ‘팀플’(팀플레이·조별활동)을 죄악시한다. 단순히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학점 관리의 공정성을 해치는 절대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강의 초반 협업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하고 불평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동원해도 별무소용. 학생들은 절치부심하다가 강의 평가로 소소하게 복수한다.

그래서 미디어 전공자로서 올 한해를 준비하는 핵심어를 꼽으라면 ‘관계’와 ‘협력’의 힘을 키우는 미디어리터러시를 선택하겠다. 흔히 미디어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거나 미디어를 활용하여 민주적 참여를 독려하는 능력으로 이해돼왔다. 총선을 앞둔 올해는 가짜뉴스와 팩트체크에 대한 요청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미디어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맞춤도, 편향도 극대화돼가는 테크놀로지 환경을 고려하면 전통적 의미의 미디어리터러시는 반드시 성취되어야 할 올해의 핵심어로 손색이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선택한 올해의 키워드는 관계와 협력을 키우는 미디어리터러시다. 미디어리터러시의 여러 차원 중 공감·관계·협업 능력을 키우는 리터러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도구적으로 인식하기보다 삶의 배경으로 간주하는 이와 같은 접근은 유네스코가 2011년 모로코 페스에서 현대인의 필수조건으로 미디어정보리터러시를 채택하면서 강조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관련 국제콘퍼런스가 열릴 예정인데, 유네스코에 따르면 미디어정보리터러시는 개인적·사회적·정서적 차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정서적 차원에는 공감, 대인관계, 창의적 표현 능력 등이 포함된다. 비슷하게 국내 연구에서도 미디어의 비판적 이해뿐 아니라 관용·배려·관계·협력을 강조하는 미디어리터러시가 근래 들어 부쩍 강조되고 있다. 저널리즘 차원에서도 레거시미디어와 스타트업미디어의 ‘협업’이 미래전략으로 앞다퉈 소개되는 것을 보면 협력과 관계는 실무적 차원에서도 핵심적인 미디어리터러시임에 틀림없다.

흥미로운 것은 창의적 역량에 포함된 협업 능력이다. 창의성은 번뜩이는 나홀로 아이디어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과의 불편한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협업이란 팝아티스트로 유명한 누군가가 상품 디자인에 참여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미끈한 홍보 문구성 ‘콜라보’를 가리키지 않는다. 공동의 목표를 해결하기 위해 껄끄럽고, 귀찮고, 성가시고, 손해 보고, 꺾이고, 부딪히는 울퉁불퉁한 일상을 견디는 힘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올해의 키워드로 제안하는 관계와 협력의 미디어리터러시는 나홀로의 자유로움을 누리면서 외로움을 덜어내기 위해 트렌드로 부상한다는 ‘느슨한 연대’와도 다르다.

한선 ㅣ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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