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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미국은 왜 중동에서 지는 전쟁을 계속하나

등록 2020-01-13 21:53수정 2020-01-14 09:20

미국은 중동에서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명백히 지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미국의 중동정책이라는 것은 과연 있는 것인가?

정의길 ㅣ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중동정책은 가장 해명이 안 된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명백히 지는 전쟁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전까지 미국은 중동에서 역내 국가들의 세력균형을 맞추는 ‘역외 균형자’ 정책을 추구하며, 군사력 개입을 하지 않았다. 소련 봉쇄를 위해 터키에서만 미군이 주둔했고, 이란에서 군사시설을 운용한 정도였다. 이슬람이 엄격한 다른 중동 국가에서 미군 주둔이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았다.

이는 인구, 자원, 기술, 군사력, 영토에서 중동 최대 국가인 이란이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란은 페르시아만을 통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미국은 이란에 기대 페르시아만의 안보를 확보했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은 중동에서 미국의 전략 입지를 무너뜨렸다. 이란이 최대 반미 국가로 변한데다, 이슬람혁명은 중동 전역에 전파될 심각한 안보 위기였다. 실제로 이슬람주의가 그때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위기가 터지자,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80년 연두교서에서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에 필요하면 직접적인 군사력 개입을 하겠다는 ‘카터 독트린’을 천명했다. 지금까지 미국 중동정책의 핵심이다. 카터 독트린은 ‘이란 봉쇄’와 동의어이다.

미국의 이란 봉쇄는 그 이후 중동에서 벌어진 모든 분쟁의 시발이었다. 중동 분쟁은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이란발 분쟁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배후로 하여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란을 침공해 8년간 벌인 이란-이라크 전쟁, 반혁명의 총대를 메고 이란과 전쟁했으나 빚더미에만 오른 후세인 정권의 쿠웨이트 점령, 이를 격퇴한 미국의 걸프전, 걸프전 때 미군의 개입에 격분한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와 9·11 테러, 그 보복에 나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및 이라크 전쟁,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이슬람국가(IS)의 부상과 그 격퇴전, 이슬람국가 격퇴전에서 주역으로 떠오른 쿠르드족, 터키의 쿠르드족 침공 등이 이어졌다.

이라크 전쟁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철군 등 중동 수렁에서 탈출해 아시아로 미국의 국력 전개를 옮기는 ‘리밸런싱’ 정책을 추구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전쟁 종식과 미 군사력 철수를 공언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 아프간 전쟁 때문에 중동에 더 빠졌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대결을 강화하는 모순된 조처를 취해 이란과 전쟁 문턱까지 갔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로 촉발된 미-이란 분쟁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했기 때문이다. 중동전쟁 종식을 공언한 트럼프가 이란과의 대결은 강화하는 모순된 조처를 취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란의 경쟁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첫 원인이다. 두 나라는 이란이 국제사회에 복귀하면, 중동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둘째, 미국 내 친이스라엘 세력 및 네오콘 등 강경 매파들도 이란의 이슬람공화국을 중동 지도에서 지워버려야만 한다는 신념을 갖고, 이란과의 핵협정을 반대해왔다. 트럼프는 이들의 표가 필요하고, 사우디에 무기를 파는 이익을 택했다.

트럼프의 미국한테 이스라엘과 사우디 주축의 반이란 동맹은 이란에 대한 세력균형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세력균형 시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란핵협정 탈퇴 이후 이란 관련 분쟁은 더욱 격화되며, 이란의 영향력은 커졌다.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들의 미국을 향한 저강도 전쟁, 예멘 내전에서 친이란 후티반군의 득세와 사우디에 대한 위협, 이란이 직접 나선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 통행 방해와 미국 드론 격추, 사우디의 최대 석유시설 압카이크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 등은 중동의 불안정성을 더욱 높였다. 사우디에는 현실적 안보위협으로 다가왔다. 솔레이마니 암살 사건 전에 <뉴욕 타임스>는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가 미국에 올인하는 반이란 노선을 접고, 이란과의 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솔레이마니 암살로 전쟁 직전까지 치닫던 미국과 이란은 일단 자제했다. 미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이란에 제재를 강화하고, 굴복하라는 기존의 봉쇄 정책만 반복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굴복은 하지 않을 것이다.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보복은 시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미국은 중동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미국의 중동정책이라는 것은 과연 있는 것인가?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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