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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방송 정치패널들의 선거 직행 유감

등록 2020-01-28 16:50수정 2020-01-29 02:35

[한선의 미디어 전망대]

한선 ㅣ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조용하던 카톡이 설 축하 인사로 들썩였다. 언젠가 명함을 주고받았거나 토론회에서 안면을 텄을 이름도 가물거리는 총선 예비후보자들이 분주하게 활동을 알리는 중이었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내 스마트폰은 출판기념회 소식부터 여론조사 참여 독려 문자에 이르기까지 이미 총선 캠페인을 바쁘게 중계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총선 관련 소식이 부쩍 많아진 것을 보니 설 연휴가 지나고 나면 모든 미디어가 본격적인 총선 보도에 들어설 것임에 틀림없다.

선거와 미디어는 치명적이라 할 만큼 긴밀한 관계 속에 있다. 특히 방송은 다른 미디어로 힘이 분산됐다고 해도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맘때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답게 시민 중심의 지역 의제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격전지 위주 보도나 경마식 보도, 후보자 동향 알리기 식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제언이 반복되는 것도 모두 현대 정치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식상할 정도로 계속되는 제언과 비판에도 방송 보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아직 지역 방송에서 오랜 시간 공들인 아이템이라고 인정할 만한 기획을 보지 못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지역 의제를 발굴 중이라는 소식도, 시민기자를 활용해 영상 제보를 받고 이를 재가공한다는 얘기도, 학계와 후보자가 모두 오래전부터 제안했던 공동토론회 주최를 도모한다는 논의도 들려오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앙 정당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르는 보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다못해 후보자들이 서서 토론하는 스탠딩 토론도 시도해보지 못하는 뻔한 포맷의 토론 프로그램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특히 방송 3사가 공동으로 토론회를 주최해 소모적인 후보자의 반복 출연을 줄이고, 토론회 품질을 높이자는 주장은 흘려버리기 아까운 제언이다. 방송의 경우, 공동으로 제작하는 대신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용은 각자의 방식대로 재가공해 배포하자는 주장이 방송사별 입장을 반영한 나름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가능성을 타진해보길 기대한다.

이상이 선거보도에 관한 주문이라면 피디 등 방송 프로그램 담당자들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요청도 있다. 방송을 정계 진출의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소위 말하는 정치패널의 활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키운 출연자가 인재로 ‘영입’되는 사례는 비단 이번 선거만의 풍경은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가 예비 후보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출연했던 프로그램명을 크게 써넣은 포스터를 제작해 이 후보가 방송 뉴스에 나올 경우 본의 아니게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을 홍보해주는 엉뚱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에 따르면 미디어는 상징 자본을 부여하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어 다른 분야의 작동 규칙에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방송에 자주 나와 인지도를 높인 사람이 음식업계의 평가와 상관없이 가장 실력 있는 요리사가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방송은 정치에 뜻을 품은 어떤 개인을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 것인지 아닌지 결정할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설령 실효성이 없다 할지라도 방송사는 출연자가 프로그램 하차 뒤 1년 안에는 각종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출연 서약서라도 받아두라고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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