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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시험대 오른 윤석열의 정의 / 최현준

등록 :2020-03-25 18:32수정 :2020-03-2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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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왼쪽) 부부가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부부가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현준 ㅣ 법조팀장

영화라면, 뻔한 반전의 시시한 영화일 것 같다. 검찰총장은 정의를 내세워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는데, 정작 그의 가족·친인척은 합법과 불법이 모호한 영역에서 은밀한 활동을 벌여왔다. 폭로가 시작되고 총장은 궁지에 몰린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과 장모를 둘러싼 의혹은 7~8년 전 그가 ‘전국구’ 검사로 떠오를 때부터 간간이 제기돼왔다. 여러 송사에 얽힌 그의 장모는 수사나 재판에서 대부분 유리한 결과를 받았고, 전시기획사를 운영하는 그의 부인은 한 기업과 석연찮은 주식 거래를 계속했고, 여러 기업으로부터 전시 후원을 받아 사업을 꾸려나갔다.

이런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힘을 받지 못한 것은, 윤 총장이 장모나 부인 관련 의혹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가 검사의 권한을 이용해 장모나 부인 사건에 관여했다는 게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심만으로 의혹 제기를 힘 있게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장모가 관여된 사건은 의혹의 농도가 짙지만, ‘사위-장모 관계’라는 문화·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좀처럼 관심의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변죽만 울리다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그의 친인척 관련 의혹은 빛이 바래갔다.

변색할 뻔한 윤 총장 관련 의혹을 되살린 것은 그가 지난해 “이런 수사는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밝힌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였다. 그가 조국 일가를 향해 날린 ‘정의의 화살’이 자신과 가족에게 고스란히 돌아온 것이다. 윤 총장은 수십명의 검사와 수사관으로 수사팀을 꾸려, 조 전 장관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 딸, 아들, 형제, 모친, 5촌 조카, 처남 등을 상대로 넉 달여 동안 수사했다. 조 전 장관이 직접 관련한 의혹뿐만 아니라 그의 관여가 불분명한 의혹도 수사 대상이 됐다. 결국 검찰은 자녀 입시와 사모펀드 투자 등 10개가 넘는 범죄 혐의로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고, 그의 부인과 다른 친인척들도 대부분 기소했다.

범죄 징후가 발견되면 네 편, 내 편 따지지 않고 수사에 착수해 결말을 짓는 윤 총장의 ‘정의’가 자기 가족에게도 그대로 적용될까. 검찰은 조 전 장관 수사를 시작한 계기를 묻는 말에 “언론의 의혹 제기가 있어서”라고 답해왔다. 여론의 관심과 윤 총장의 ‘촉’이 결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다. 윤 총장의 장모는 부동산을 사는 과정 등에서 거짓 잔고증명서를 만들어 활용한 정황이 있고, 법적으로 금지된 영리병원에 투자해 이사장을 맡았지만 형사처벌에서 제외됐다. 그의 부인에 대해서도 특혜성 지분 거래 의혹 등이 제기돼 있다.

윤 총장은 이번 사건에 선을 긋고 있다. ‘장모 사건은 나와 관련이 없고, 현재 진행되는 수사도 보고받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곤란한 문제를 멀리하는 태도로 보이지만, 그가 가족 관련 의혹에 언제까지 이런 태도를 일관성 있게 고수할 수 있을까. 최근 대검이 언론을 상대로 윤 총장 장모의 입장을 전달한 것을 보면, 그의 태도가 꾸준히 유지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평가가 나뉘긴 하지만, 그동안 윤 총장이 여론의 지지를 잃지 않았던 것은 그의 말처럼, 그가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댓글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을 폭로해 신선한 충격을 줬고, 지난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밀어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도 그의 능력과 신념이 빚어낸 결과였다.

가족 관련 사건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시시한 반전에 뻔한 결말이 아니길 바란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대통령·대법원장·재벌 총수 등 ‘센 사람’들에게 더욱 강했던 그의 정의가 그의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길 기대한다.

의정부지검이 곧 그의 장모의 사문서위조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부터 특임검사까지 총장의 입김이 닿지 않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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