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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인간 안보’와 지방 정부의 재발견

등록 2020-05-21 18:18수정 2020-05-22 02:37

조경환 ㅣ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

코로나19 대응은 국가로의 귀환이다. 지방 정부의 재발견은 큰 수확이다.

심연을 모르는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 국가는 행정국가의 전통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개입했다. 개인을 검진(test)하고, 추적(trace)하여 치료(treat)한다. 높은 공공성을 내세워 높은 시민성을 발현시킨다. 지방 정부가 보여준 주민 밀착의 선제적이고 기민한 대응과 정책적 상상력은 방역 전선의 요체였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선봉에서 헌신했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퍼스트 무버였고 패스트 팔로어였다. 또한 전북 전주시의 착한 임대 운동, 경기도 고양시의 드라이브스루 검진, 경기도와 경남도의 재난기본소득 견인을 중앙 정부는 뒤따라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인간 안보’(human security)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던졌다. 2차 세계대전 뒤 등장한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 개념은 국가를 위해 개인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제 안보의 개념과 대상은 국가에서 개인의 안위로 확장되고 인간의 존엄성에 그 초점이 모아졌다. 인간 안보가 사회공동체 안보의 출발이며 국가 안보의 버팀목이 된 것이다.

국가 안보가 국가의 고유사무로 인식되고 분류되어왔다면 인간 안보는 지방사무에 무게가 더 실린다. 재난, 감염병, 기후변화, 환경 문제와 같은 인간 안보의 위협요인들은 대체로 국민 실생활과 직결되어 나타나고 강한 전파성과 복합성, 잠재성의 특성을 지닌 채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안보의 개념은 실은 1990년대 탈냉전 이후 등장하였고 우리에게 인식된 것은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을 전후해서다. 그때 비로소 한반도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이 희미하게나마 시야에 들어오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계기로 전통의 군사적 위협을 넘어 인간 안보를 주목하게 된다.

인간 안보는 지역 단위에서는 지금 그 논의가 상당 수준 진행형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월9일 경기와 강원의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7700여만㎡에 대해 군사 규제를 풀기로 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주한미군 공여 구역의 조기 반환 및 국가 주도 개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 안보로 인한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에 눈을 뜬 것이다. 지난해 9월16일 발발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환경부와 경기도, 강원도가 매개체인 야생 멧돼지의 남하 방지에 방역의 사활을 걸어온 지는 오래이며, 10월9일 이후 돼지 사육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례는 없다. 지방 정부의 인간 안보 노력은 앞으로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남북 공동방역과 접경지역 상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간 안보가 순항하여 뿌리를 내릴지는 단기적으로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예방적 협력에 달려 있다. 경쟁하고 제로섬이 되는 게임은 가당치 않다. 협력의 규범을 만들고 그 접점을 구체적으로 찾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중앙 정부든 지방 정부든 국가의 귀환은 양날의 칼이다. 인간 안보와 함께 커진 정부의 권한만큼이나 남용의 소지도 커졌다. 존 스튜어트 밀은 1859년 <자유론>에서 민주주의가 역설적으로 자유를 위협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민’이 권력자라면서도 실제로는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정부 앞에서 무기력하다. 자유와 개별성을 백안시하고 사회 표준에 맞추기를 은연중 요구하며, 공동체의 안위를 사생활에 앞세운다. 커진 권력 스스로가 얼마나 절제하고 선하게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감시할 시민사회를 여하히 견지해갈 것인지가 그래서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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