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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드보카트호 선전을 바라며

등록 2006-01-13 18:10

김경무 스포츠부장
김경무 스포츠부장
편집국에서
지난 연말, 축구 마니아라는 네덜란드인과 맥주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다. ‘토털사커’와 1970년대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를 탄생시킨 나라의 국민답게, 그는 일반인이었지만 전문가를 뺨치는 축구 지식과 정보, 열정이 있었다.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사실도 전했다.

“네덜란드는 1600만 국민 모두 ‘헤드코치’(감독)다. 때문에 국가대표팀 감독하기 참 힘든다. 국가대표간 경기에서 지는 날이면 축구기자들부터 난리다. 왜 졌느냐, 왜 그 선수를 쓰지 않았느냐 …. 감독은 언론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언론에 잘못 보였다간 다음날 신문에서 끝장이다.” 그가 말한 요지는 대체로 이랬다. “‘아름다운 축구’도 중요하지만, 국가대표간 경기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 승부 지상주의. 한국은 저리 가라였다. 속으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쩌면 두 나라 언론이나 축구팬들의 성향이 그렇게도 닮았을까.

다시 월드컵의 해다. 프랑스인 쥘 리메가 주도해 1930년 처음 탄생한 ‘피파(FIFA) 월드컵’.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독일월드컵 본선 때, 우리는 또 얼마나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외쳐댈까?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전력 담금질을 위해 일요일 자정이 넘은 시각, 비행기에 몸을 싣고 중동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41일 동안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지옥의 레이스’라고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해 한국팀 사령탑을 맞은 뒤 10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 평가전에서 2승1무의 성적을 올리며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줬다.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건 등으로 짜증나는 일들만 있는데, 그래도 축구와 월드컵은 국민들에게는 큰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1~2월 미국 전지훈련 때 그랬듯이, 아드보카트호도 이번 전지훈련 때 치르는 8차례 평가전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격의 핵인 박지성·이영표·안정환·설기현 등 유럽파들이 소속팀 일정 때문에 불참하기 때문이다. 결국 박주영·이호·이천수 등 국내파들의 새로운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펼칠 세계무대에서의 가능성도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이 현대축구의 주요 흐름인 ‘4백 수비’를 시험가동한다니 주목된다. 사실 200곳을 넘는 피파 회원국 중 치열한 대륙별 경쟁을 통해 32개팀만 출전하는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무엇보다 ‘수비 안정’이 기초가 돼야 한다.

프랑스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누르고 우승한 것은, 공격보다 릴리앙 튀랑-마르셀 드사이-롤랑 브랑-빅샹테 리자라쥐로 이어지는 ‘4백 수비진’이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프랑스는 당시 결승전까지 단 두 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사상 첫 통산 5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것은, 히바우두-호나우디뉴-호나우두 등 공격 3총사의 가공할 만한 화력 탓도 컸지만(7경기 18골), 호케 주니오르-루시우-에드미우손이 버틴 ‘3백 수비’와 허리진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호는 아직도 수비가 불안하다. 노장 최진절이 다시 보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점에서 아드보카트호가 이번에 ‘3백’이든 ‘4백’이든 수비 조직력 강화 등 중요한 시험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주길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지훈련 기간에 축구팬들이나 언론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 아드보카트호의 첫 국외 전훈.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바라며, 한편으로는 다가올 평가전 결과에 너무들 일희일비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경무/스포츠부장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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