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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재승 칼럼] ‘조세 저항’ 선동하는 나쁜 언론

등록 2020-07-29 16:47수정 2020-07-30 02:40

그동안 ‘세금 폭탄론’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을 공격해온 조선일보가 이젠 아예 ‘조세 저항’을 선동하고 있다. 조선일보 정도라면 조세 저항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떻게든 부동산 정책을 흔들어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주려고 ‘부동산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엔 일본의 무역보복을 가지고 그랬고, 올봄엔 코로나19 사태를 가지고 그랬다. 그 집요함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래픽 김정숙, 사진 연합뉴스
그래픽 김정숙, 사진 연합뉴스

“부동산 세금폭탄, 더는 못참겠다”…25일 ‘조세저항 촛불집회’ 열린다, “문재인 찍었던 내가 신발을 던진다” 부동산 반발 집회 현장, 부동산 규제 반대 촛불 집회…“세금 아니라 벌금”, “나라가 니꺼냐” 폭발한 부동산 민심 등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4개 온라인 카페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를 열었는데, <조선일보>가 집회 전후 일주일 동안 예고기사·현장기사·후속기사·사설 등 12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중 상당수를 네이버에 주요 기사로 내보냈다. 다른 몇몇 언론들도 이 집회를 기사로 다뤘지만, 조선일보가 기사의 양이나 제목의 선정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조선일보는 이 집회에 경찰 추산 1500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세금 폭탄론’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을 공격해온 조선일보가 이젠 아예 ‘조세 저항’을 선동하고 있다. 조선일보 정도라면 조세 저항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떻게든 부동산 정책을 흔들어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주려고 ‘부동산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엔 일본의 무역보복을 가지고 그랬고, 올봄엔 코로나19 사태를 가지고 그랬다. 그 집요함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조선일보는 ‘7·10 대책’에서 정부가 1주택자는 추가 세금 부담이 없다고 해놓고 1주택자 세금도 올렸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공식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1주택자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도록 제도를 설계해 ‘부동산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음모론’도 아니고 어이가 없다.

1주택자도 세금이 오른다. 정부가 세율을 올려서가 아니라 집값이 올라서다. 세율에 변동이 없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자연히 세금도 오른다. 과세의 기본 원칙이다. 직장인이 월급이 오르면 근로소득세를 더 내고, 자영업자가 수익이 늘면 종합소득세를 더 내는 것처럼. 조선일보의 주장은 집값 오르는 것 좋지만 세금 오르는 건 안 된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불성설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시세 9억원 미만 아파트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지 않아 집값 상승분만 재산세 산정에 반영됐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아파트 중 95%가 시가 9억원 미만이다.

공시가격 9억원(시가 13억~14억원) 이상으로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고가주택은 1주택도 세율이 소폭 오른다. 비싼 집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보유세를 더 내는 게 조세 형평성에 맞기 때문이다. 다만 은퇴자 등 1주택 장기 보유 고령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확대와 상한제 운영을 통해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 다주택자와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거래에 대해서는 세율을 대폭 올렸다.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다주택이 집값 불안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살지도 않는 집을 2채, 3채씩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집값이 안정되겠는가. 다주택 보유를 차단하지 않으면 주택 공급 물량을 아무리 늘려도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집은 늘 부족해진다. 다만 이들도 내년 6월까지 집을 팔면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정부가 1년 동안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종부세 대상 가구는 전체 가구의 2%다. 대부분의 국민은 상관없다.

국민 다수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그 이유는 조선일보 주장처럼 ‘세금 폭탄’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투기를 잡지 못하고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해서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4%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17%)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부정 평가 이유를 보면, ‘집값 상승’(25%) ‘근본적 대책 아님’(9%)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8%) 등이 높게 나온 반면, ‘과도한 규제’(5%)와 ‘보유세 인상’(4%)은 상대적으로 적다. 앞으로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규제 강화’가 50%로 ‘규제 완화’(30%)보다 훨씬 많다. 부동산 세금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가 44%로 ‘낮춰야 한다’(33%)를 앞선다.

금액이 크든 작든 세금 더 내라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집값 안정과 조세 정의 등 그때그때 사회적 필요에 따라 정부가 조세 정책을 입안하고 국회가 법으로 확정하면 따르는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시적 다주택자가 돼 억울해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또한 정부가 정책 보완을 통해 풀어주면 된다. 그런데도 사회적 영향력이 큰 언론이 세금에 대한 원초적 거부감을 자극하고 일부 사례를 과장해 조세 저항을 부추기는 것은 옳지 않다. 적어도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안재승 ㅣ 논설위원실장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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