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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갑자기 튀어나온 서울대 이전에 대하여 / 김태훈

등록 2020-08-09 16:12수정 2020-08-10 09:28

김태훈 ㅣ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 부위원장

정부여당발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서 서울대 이전 문제가 잠깐 이슈가 되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을 무마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지만, 올해 초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넘긴 상황에서 국가균형발전의 대의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는 기관에 청와대, 국회와 함께 서울대가 포함되어 있다는 한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교육계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곧바로 민주당이 서울대 이전에 대해서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왜 서울대 이전 문제가 제기되었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이슈에서 서울대가 언급된 이유는 각종 산업뿐 아니라 대학 역시 수도권에 초집중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방거점국립대들도 학생들의 선호도에서 이른바 인서울 대학에 한참 밀리는 양상이다. 서열이 높은 대학이 수도에 몰려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세계 랭킹 상위 대학은 홋카이도대학부터 도쿄대, 오사카대, 규슈대학까지 일본 전역에 퍼져 있고, 미국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선호도 높은 대학이 국토 전역에 흩뿌려져 있는 양상이다. 이에 반해 선호 대학이 서울에 몰려 있는 우리나라는 지역의 인재유출을 가속화하여 국가균형발전의 목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결국 국가균형발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호 대학의 분산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대학서열 현상의 최상층부를 이루는 서울대 이전이 회자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서울대 이전 논란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에 대한 논의도 다시 나오고 있다.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는 지방거점국립대를 공동입학으로 하면서 파격적 재정지원을 하여 이른바 스카이대학에 견줄 수 있는 명문대학으로 만들자는 정책이다. 서울대를 이전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서울대를 이전해도 그다음 서열의 수도권 대학이 대학서열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보다는 전국 각지에 존재하는 거점국립대학을 명문대학으로 만듦으로써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체제를 완화시키고 지역의 인재가 그 지역에서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는 서울대 이전보다 대학서열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에 더 현실적이고 효과성이 기대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는 효과도 있지만 한계도 명확해 보인다. 현재 9개 거점국립대학은 모두 비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서열이 높은 대다수의 대학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지방에 한정된 거점국립대학의 연합만으로는 대학서열체제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물론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도 1단계로 국공립대를 통합하고, 2단계로 공영형 사립대를 포함한 사립대의 합류를 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1단계로 거점국립대의 연합체제가 굳어질 경우 추후에 사립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이 동시에 참여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사립대학을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이 대학들에 국공립대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하면서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한다면,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처음부터 국공사립을 포괄하는 대학연합체제로 출범할 수 있고 사립대학을 준공립화하는 효과도 거두게 된다. 네트워크 참여 대학은 공동입학을 통해 서로 간에 서열이 없고 재정지원을 통해 수준 높은 교육여건을 제공받기 때문에, 참여 대학이 늘어감에 따라 실질적인 대학서열 완화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은 정치, 경제, 문화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문제이다.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공고하게 형성된 대학서열체제를 손보지 않고서는 행정수도 이전 역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전체 대학서열체제를 현저히 완화시킬 방안을 찾는 데서 국가균형발전의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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