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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언택트 전당대회’, 정치의 미래? / 황준범

등록 2020-08-20 18:07수정 2020-08-21 09:22

황준범 ㅣ 워싱턴 특파원

대선이 예정된 미국에 발령받아 날아와서는 대선의 꽃이라 불리는 전당대회를 ‘현장’에서 못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여러 차례 직접 본 전당대회에 견줘 미국은 어떨지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는 개인적 기대도 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다 무너뜨렸다. 민주당이 화상 전당대회로 돌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접기로 하면서, 초유의 언택트(비대면) 전당대회를 맞게 됐다.

지난 17일 시작한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예상보다 짜임새 있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답답하고 지루하고 어색한 느낌 또한 지울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전당대회는 수천~수만명의 당원이 한곳에 모여 떠들썩하게 대선 후보를 띄우고 당력을 끌어모으는 축제 같은 자리다. 그러나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들을 원격 연결해 생중계나 녹화 영상을 일방향으로 틀어주는 방식은 서로의 뜨거운 가슴을 고취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쩌렁쩌렁한 연설과 환호성, 음악, 풍선, 꽃가루가 아쉽다는 생각이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전례 없는 실험을 하고 난 뒤, 예전의 전당대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미국인들은 전국 각지에서 몇 시간씩 비행기나 차를 타고 한곳에 모이지 않더라도 뜻을 나누고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의 텔레비전 시청률은 2016년보다 25% 정도 줄어들어 1970만명이 지켜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민주당 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시청자가 크게 늘어, 텔레비전과 디지털을 합쳐 모두 2890만명이 지켜봤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당대회’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은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 “우리가 해온 것 중에 가장 창의적이고, 포괄적인 전당대회”라며 “우리가 과거에 했던 것과 똑같은 전당대회로 돌아가게 될지 의문이다. 이건 미래를 위한 본보기다”라고 말했다. ‘색다른 전당대회’(unconventional convention)가 ‘뉴 노멀’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당대회 말고도, 코로나19는 정치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는 미국 대선의 최우선 의제를 ‘바이러스 대응과 위기 극복 능력’으로 우뚝 세워놨다. 정치 행태 측면에서도 대규모 현장 유세나 가구 방문 선거운동이 확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도 트럼프는 대면 유세를 고집하고 있어, 비대면 캠페인 기조를 유지하는 바이든과의 최종 성적 대결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선거자금 모금 방식도 후보가 대면 참석하는 방식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다중 앞에서 연설하거나 악수를 하고 사진 찍는 게 아닌 다른 방식의 캠페인이 중요해진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1980년대 이후 태생의 밀레니얼 세대가 유권자의 주축으로 들어선 점을 고려하면, 이런 변화들은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다. 투표 또한, 미국 유권자의 77% 이상이 우편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빌 게이츠는 코로나19가 내년 말에나 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 말대로라면 내년 1월 미 대통령 취임식 날 워싱턴 기념탑 일대를 100만~200만명의 인파가 채우는 장관 또한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정치 행위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겨져온 대면 접촉, 세력 동원, 겉치장의 의미와 효용을 되돌아보게 한다. 유권자에게 마음을 전하고 그들의 마음을 모으는 데 진짜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민주당의 8·29 전당대회가 온라인으로 열리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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