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 큰바람이 불었다. 아침에야 바람은 잠잠해졌다. 길거리엔 거세던 바람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아직도 파릇파릇한 은행잎과 어린 나뭇가지와 솔방울도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어린 잎새들이 억센 바람에 맞서진 않았을 터인데 평소 바람보다 세었을 것이다. 거친 바람은 자비도 없이 어린 생명도 부러트리어 땅으로 떨어트렸으니 자연의 이치와 순리는 냉정하고 매섭다. 아파트 유리창을 깰 듯이 흔들어대던 그 바람은 나도 경계하고 두려워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