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오는 23일 치를 캐나다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보수당의 전신은 진보보수당이다. 브라이언 멀로니는 1993년까지 10년 동안 이 당의 당수였고, 84~93년 총리를 지냈다.
그는 ‘기록의 정치인’이다. 우선 진보보수당 당수가 될 때까지 별 정치 경력이 없었다. 37살 때인 76년 당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기업 경영자로 일하다가 83년 다시 당수 경선에 나서 성공한다. 다음해 총선에서는 282석 가운데 211석을 차지해 캐나다 선거사상 최대 승리자가 된다. 그는 물러날 때도 대기록을 세운다. 93년 그의 총리 사임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진보보수당의 의석이 169석에서 2석으로 줄어든 것이다. 보수 정치세력은 이때의 충격으로 10년을 휘청거리다가 2003년에야 진보보수당과 캐나다연맹을 합쳐 보수당을 만든다.
그는 거침없는 말투로도 유명하다. 동료 정치인에 대한 욕설과 비난 등을 담은 <비밀의 멀로니 테이프-총리의 솔직한 고백>이라는 책까지 지난해 나왔다. 80~84년 총리였던 피에르 트뤼도는 “나라를 망친 망할 놈의 비겁자”이고, 93년 잠시 총리를 지낸 킴 켐벨은 “못 들어줄 프랑스어를 하는 허영심 가득찬 여성”이다.
캐나다인들이 지금까지 기억하는 발언도 여럿 있다. “완벽함은 나와 관련이 없는 어떤 것인 듯하다.” “인기는 당신에게 좋지 않다. 나는 그것을 전염병처럼 피한다. 그리고 나는 꽤 성공해 왔다.” 지지자들이 꼽는 그의 최대 업적은 88년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과 91년 도입한 연방부가세다. 공산품에만 적용되던 부가세를 모든 상품으로 확장시킨 이 세금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으나 선거 참패의 원인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멀로니를 역할 모델의 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할일을 하겠다는 뜻이겠지만 스타일 면에서도 동류의식을 갖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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