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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정부여당, 이스타항공 사태 두고만 볼 것인가 / 권영국

등록 2020-09-17 16:49수정 2020-09-18 02:39

권영국 ㅣ 정의당 노동본부장·변호사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8월 말 희망퇴직자 98명을 합쳐 감축 인원은 703명으로, 남아 있던 직원 1136명의 62%에 해당하는 수다. 올해 3월 직원 수는 1600여명이었으나 6월 말까지 이미 500여명이 계약해지, 권고사직 등으로 퇴사한 상태였다. 그야말로 대량해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저가항공사들이 국내 운항을 유지하며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이용해 코로나 재난 시기를 버텨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스타항공은 2019년 사업결산에서 1174억원을 미처리결손금으로 처리하면서 회사를 자본잠식 상태로 빠뜨렸다. 그 전년도의 결손금 266억원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회계처리다. 3월2일 제주항공과의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한달이 채 안 된 3월24일 국내 운항마저 모두 중단했다. 인수계약자인 제주항공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나 구조조정을 의도한 것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위기는 더욱 증폭됐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더불어민주당의 이상직 의원이 창립했고, 현재 최대주주는 ㈜이스타홀딩스다.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10월30일 자본금 3천만원으로 설립했고, 26세, 17세이던 이상직 의원의 딸과 아들이 33.3%와 66.7%의 지분을 나눠 가진 가족회사다. 영업실적이 전무한 회사는 설립 뒤 2개월 만에, 매입 대상인 이스타항공 주식 77만1천주(총지분의 10%)를 담보로 사모펀드 ‘서래제1호조합’으로부터 80억원 등 약 100억원을 차입해 2015년 12월31일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주(지분의 68%)를 매입했다.

이스타홀딩스가 양수한 524만주는 새만금관광개발 보유 주식 392만주와 아이엠에스씨 보유 주식 132만주인데, 이 회사들은 모두 이상직 지배하에 있던 회사들이다.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가액을 보면 주당 1900원대인데 서래제1호조합으로부터 80억원을 차입 시 주식 평가액이 1만482원이었다. 정상 거래가 아닌 불법 증여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서래1호조합으로부터 빌린 80억원은 1년 뒤 이스타항공 주식 77만1천주로 변제했다. 자기자본 없이 이스타항공 지분 57.7%를 확보한 것이다. 2016년 이스타홀딩스는 139만1천주를 처분해서 지분이 39.6%로 낮아지나 주당 1만5천원으로 어림잡아도 약 200억원대의 이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여세 한 푼 납부하지 않고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자녀들에게 넘기고, 엄청난 이익을 실현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세포탈과 업무상 배임 혐의가 짙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스타항공의 실질 소유자인 이상직 의원은 제주항공의 인수 파기 이후 파산에 직면한 회사를 살리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요구에도 회사는 올 1~3월 발생한 고용보험료 체납액 5억원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한 회사 부담금 10%가 없다는 사정만을 반복할 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재 출연 등 적극적 자구책을 한번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이스타항공의 매각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속칭 기업 슬림화를 위해, 500명 퇴사에 이어 700여명의 항공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쫓아버린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대량실업을 조장하는 자당 소속 국회의원의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경영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법적 책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상직 의원에게 사재 출연으로 체납 보험료 변제와 운항 재개 자금 마련 등 최대한의 자구책을 강구하도록 하고, 저가항공사로 기간산업안정자금 지원 범위를 확대해 이스타항공의 운항 재개와 고용 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 정리해고를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노사 테이블을 적극 주선해 상생의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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