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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검찰개혁 원칙에 충실한 대통령령을 기대한다 / 김인회

등록 2020-09-20 16:50수정 2020-09-21 09:07

김인회 ㅣ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칙도 중요하지만 디테일 역시 중요하다.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실무와 현장의 변화다. 실무와 현장의 변화는 원칙과 원칙을 구체화한 디테일로 완성된다. 추상적인 원칙과 법률이 현장의 구체적인 규칙과 실무의 변화로 이어져야 개혁은 완성된다.

이 원칙은 검찰개혁에도 적용된다. 검찰개혁 역시 원칙과 디테일이 중요하다. 검찰개혁의 원칙은 올해 초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선언되었다. 경찰은 수사권을, 검찰은 기소권을 갖는, 즉 수사권-기소권의 분리가 그것이다. 다만 지금은 과도기이므로 검찰에 일부 수사권이 있을 뿐이다. 이 원칙은 오랜 기간 동안의 논의를 통하여 공유되었고 법률 개정으로 확정되었다.

이 원칙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법률 개정에 따른 대통령령이 제정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검찰청과 경찰청 등 관계 기관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서 대통령령 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했다. 순조로운 진행처럼 보인다. 상호 협력의 정신으로 타협과 조정을 거쳐 만든 것으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높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령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검찰개혁의 원칙에 충실한지 의문이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원칙에서 보면 대통령령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중 중요한 세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법률보다 확대되어 있다. 대통령령은 마약 범죄를 경제 범죄로, 사이버 범죄를 대형참사 범죄로 간주해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 또한 경제 범죄와 선거 범죄에 대해서는 지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할 재량을 주고 있다. 역시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섰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확대하는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권 축소라는 원칙에 어긋난다.

둘째,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검찰이 침해하고 있다. 법률에 의하면 검사는 인권침해, 법령 위반,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있을 때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령은 경찰이 사건을 종결했을 때 경찰은 기록을 검찰에 송부하고 검사는 기록을 검토하여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고 90일 이내에 반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90일 기간 내에 사건검토를 마쳐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대통령령은 90일이 경과한 이후에도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사 대상인 시민은 경찰과 검찰의 사건 종결이라는 이중의 절차가 있어야 피의자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미 국가에 의해 피의자가 아니라고 확인받았음에도 수사 대상자로 남아 있어야 하는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다. 이 규정들 모두 검사의 수사권을 확대하고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원칙에 반한다.

셋째, 대통령령의 주관이 일방적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이므로 수사권을 가진 기관과 기소권을 가진 기관이 서로 공동으로 주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이유로 2018년 6월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공동으로 서명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검찰개혁에 공동책임을 진다는 것을 국민들 앞에 선언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에 대해서 경찰은 검찰과 동등한 권한과 책임을 진다. 당연히 대통령령에 대해서도 동등한 권한과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대통령령은 법무부가 주관하도록 되어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으나 불균형인 것은 틀림없다. 2년 전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것과도 다르다.

검찰개혁을 위한 대통령령 제정은 매우 중요하다. 원칙을 디테일로 구체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의 많은 규정은 검찰개혁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상호 대등하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기관으로 규정하고 수사 절차를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조항도 있다. 이들 조항 때문에 그동안의 검찰개혁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스럽다. 입법예고 이후 제기된 사회 각계의 의견을 토대로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완성도 높은 대통령령으로 검찰개혁을 성큼 앞당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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