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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칼럼] 우한일기 / 김훈

등록 2020-09-21 04:59수정 2020-09-21 09:17

중국의 여성 소설가 팡팡(64)은 코로나로 76일 동안 봉쇄된 우한에서 견디며 일기를 써서 인터넷으로 퍼뜨렸다. 팡팡의 일기는 <우한일기>라는 제목으로 세계 20개국에 출판계약 되었다.

팡팡은 우한에서 성장했다. 젊어서는 공장 하역부로 짐수레를 끌면서 생계를 꾸려갔고, 1982년 등단 이후 중국의 주요한 작가로 자리잡았다. 팡팡은 우한에 친지와 취재원이 많았으므로 그의 코로나 일기는 봉쇄된 대도시의 현실에 밀착할 수 있었다. 팡팡의 일기는 코로나 발생 초기 20일 동안의 은폐와 침묵을 고통스럽게 추적하고 있다. 중난산과 리원량, 그리고 동료 의사들의 경고와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며 현실을 은폐했고, ‘괴담’을 유포한 의사 8명을 처벌했다. 언론은 연일 태평세월의 뉴스를 전했고, 코로나는 팽창하고 있었다. 정부는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않고, 감염병이 돌고 있다는 ‘말’을 통제했다.

지난 9월8일 중국 정부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대규모 자축행사를 열고 방역 유공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자리에서 방역 승리의 정신은 ‘애국주의, 집체주의’라고 말했다. ‘투명성과 개방성’이라고도 말했다.

팡팡은 이 코로나의 지옥 전체는 ‘거짓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코로나 초기에 중국을 비난하고 조롱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위상이 망가졌지만, 여전히 근거 없는 낙관을 설파하고 있다.

정치권력은 원하지 않는 사실을 믿지 않고, 원하는 환영을 믿는다. 그래서 고해의 파도는 더 높아진다. 지난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축제에서, 목에 훈장을 걸고 있는 중난산의 표정은 해석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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