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잘 익은 밤알들을 배경으로 나뭇가지에 앉았습니다. 여름철 흔히 볼 수 있는 된장잠자리와 달리 이 녀석은 ‘초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선정한 ‘계절 알리미 생물종’입니다. 짝짓기 시기인 가을이 오면 수컷의 몸이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니까요.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쉼 없는 날갯짓을 멈춘 잠자리처럼 온갖 시름 잠시 내려놓고 깊어가는 이 가을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다지면서.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