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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대북정책, 톱다운 넘어 ‘동맹 아웃소싱’으로 / 김성배

등록 2020-10-08 17:53수정 2020-10-09 02:41

김성배 ㅣ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미국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 특히 경합주에서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 이내로 줄어들었다. 전후 처음으로 60%대 투표율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종 투표율과 티브이(TV) 토론의 파장이 주목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더해졌다. 미 대선 결과의 예측은 더욱 쉽지 않게 되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트럼프의 낙선, 바이든의 당선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선 시에는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는 낙관적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이 트럼프의 코로나 쾌유를 바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문을 공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반면 바이든 집권 시에는 한반도 정세 교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듯하다. 양자의 정책 성향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외교안보 구성원 형성과 대북정책 리뷰에 상당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공백은 2021년 임기 말을 맞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식 접근은 협상 속도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효율적이었던 것이 사실이고,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톱다운’ 방식은 치명적 약점도 드러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라는 심하게 독특한 인물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그것이다. 또한 공을 나누기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 따라 우리 정부의 역할 공간도 제한을 받는다. 두 지도자의 자기과신적, 즉흥적 성향이 ‘하노이 노딜’의 주요 배경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은 우리 정부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바이든 후보의 외교안보 성향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가장 분명한 것은 ‘Anything But Trump’(트럼프만 아니면 된다) 차원에서 ‘동맹 복원’을 내세울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괴한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것만큼 정치적 호소력이 있는 슬로건은 없을 것이다. 이를 대북정책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대북정책에서 동맹국 한국의 입장에 대한 존중과 한국 정부의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북정책에서 ‘동맹 아웃소싱’이다.

사실 블링컨, 캠벨 등 바이든 캠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과거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로서 북한이라면 진저리를 낸다. 그들에게 북핵 문제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차라리 북한을 가장 잘 알고 최대 이해당사국인 한국에 맡기는 것이 전략적 인내 시즌2가 반복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봄 직하다.

동맹 아웃소싱을 통해 외교안보 인준청문회와 대북정책 재검토에 드는 물리적 시간도 극복할 수 있다.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동 기간에 우리 정부 고위인사가 양국 대통령의 정치적 은총을 받아 한미를 대표하는 특사가 되어 대북 협상을 주도하자는 것이다. 북한도 바이든이 당선되면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접근 채널이 사라져 우리 정부의 역할을 마냥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어도 ‘톱다운’ 전략은 동맹 아웃소싱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하노이 노딜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협상안을 중재해야 하며 북-미 정상회담장 현장의 다이내믹에 모든 걸 맡겨서는 곤란할 것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 팬데믹을 빌미로 전작권 전환에 소극적인 펜타곤(미 국방부)의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동맹 아웃소싱 차원의 접근이 유효할 것이다.

동맹 아웃소싱이라는 대전략의 출발점은 대미 공공외교이다. 미 대선과 행정부 교체기라는 특수한 시기를 활용해 워싱턴 정가와 싱크탱크를 상대로 대대적인 공공외교를 전개해 동맹 아웃소싱을 ‘의제화’하는 데 외교력과 정보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형성된 여론을 기반으로 한미 정상 레벨에서 합의를 창출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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