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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월성 1호기를 떠나보내며 / 이정윤

등록 2020-10-29 15:11수정 2020-10-30 02:38

이정윤 ㅣ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2015년 2월 필자는 당시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공개한 월성 1호기 계속운전심사보고서에서 R-7을 적용하여 평가하지 않았음을 기자들에게 처음 공개했다. R-7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강화된 중수로 격납용기 안전기준으로 월성 2, 3, 4호기에 적용된 기준이다. 따라서 계속운전을 위해 새롭게 인허가를 받으려면 현행 기술기준으로 적용해야만 한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에 이미 수명 종료된 상태로 3년이 다가오자, 안전성과 수용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데도 ‘7천억원이 투입되어 재가동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다’는 원자력계의 말만 듣고 2015년 2월 수명연장을 밀어붙인 게 화근이었다.

국회에서 지난해 9월 여야 합의로 요청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지난 20일 발표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일부 경제성 평가 오류에도 안전성과 수용성을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여 조기폐쇄 타당성 판단을 보류하였다. 국민 대다수가 비용 효율(34.7%)보다 원전 안전성(58.3%)을 중시하는 최근 여론조사를 봐도 경제성만 평가한 감사는 무의미하다.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발생된 고리 1호기 완전 정전 사태와 원전부품 품질 위변조 비리, 2015년 안전성 논란 속 월성 1호기 수명연장, 2016년 규모 5.8의 경주 지진, 2017년 2월 월성 1호기 행정심판소송 정부 패소와 그해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2018년 월성 1호기 영구정지로 이어져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럼에도 안전성에 기반한 수용성의 문제를 탈원전 프레임으로 몰고 가면서 안전성 결여에 따른 책임을 원자력계가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월성 1호기와 같은 시기에 지어진 캐나다의 포인트르프로 원전의 수명연장사업 비용이 3조원이었지만 월성 1호기는 5600억원이 투입되었다. 안전 시각에서 극명한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월성 1호기뿐 아니라 실제 우리나라 원전산업계는 가동원전 안전에 너무 투자를 안 한다.

올해 국감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대책으로 2015년까지 1조1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해놓고 현재까지 겨우 379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후쿠시마 후속대책으로 이카타 원전에만 2조원을 투입했고 전국 원전 50기의 절반을 재가동하기 위해 50조원이 넘는 비용을 퍼붓고 있다. 최근에는 테러 대비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전국 사용후핵연료저장조에 잔뜩 쌓아놓은 핵연료는 수차례 경고했지만 마이동풍 저리 가라다. 최근 마이삭 태풍으로 고리원전 6곳에서 동시에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는 세계 유례없는 일이 발생했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안전대책은커녕 단순 부품 문제로 과소평가하고 넘어가고 있다. 국감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전국 가동원전에 들어간 수백만개 앵커볼트의 경년열화(부식 등 기계적 성질 약화 현상)는 국외 규제기관에서 수십년 동안 경고한 문제인데도 제대로 상태 파악조차 안 된 것을 확인했다. 경주 지진으로 전국 원전 내진성능 평가에 열심이었지만 막상 기기를 고정하는 기능조차 상태 파악이 안 된 것이다. 이러한 안전의식에 어떻게 가동원전을 맡겨야 할지 걱정이다.

이제 월성 1호기는 놓아주자. 조용히 떠나보내주자. 그리고 원자력계는 가동원전 안전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월성 1호기가 원전 안전을 위한 교훈이 되지 못할 바엔 국내 원전의 종말은 빠를수록 좋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50기에 해당하는 전 원전을 일시 정지해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었던 일본처럼, 50%를 넘나드는 전력예비율을 보이는 우리도 못 하리라는 법은 없으며 신규원전 또한 더 지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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