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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한-미 동맹을 위해서 짜장면을 먹지 마라!

등록 2020-11-05 10:03수정 2020-11-05 10:40

틱톡과 건배사에도 한-미 동맹이 훼손되고 취약해진다고 한다. 한국의 장삼이사들은 짜장면도 먹지 말고, 햄버거를 즐겨 먹으며 한-미 동맹이 굳건해지라는 ‘정신승리’를 다짐해야 할 것이다.

자장면
자장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 남짓했던 2017년 6월16일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가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북-미 관계를 전망한 발언을 두고 국내에서 난리가 났다.

문 특보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협의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고,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의 전략무기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세미나 뒤 기자들에게 당시 국내에서 반대가 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갈등에 대해 “사드 때문에 한-미 동맹이 깨진다면 그게 동맹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보수 언론과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한-미 동맹 경시, 친북 성향이 드러난 발언이라고 연일 비난했다. 어떻게 한·미 연합훈련과 한반도 전개 미 전략무기를 축소할 수 있냐며, 문재인 정부가 사드를 이유로 한-미 동맹을 깰 수 있다는 논지를 폈다.

상상할 수 없다던 한·미 연합훈련 및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 전략무기 축소는 그 뒤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현실이 됐고, 이제 북-미 관계의 ‘노멀’(정상)이 됐다. 그 후 한-미 동맹은 어떻게 됐는가? 그들에게 한-미 동맹은 문재인 정부의 경시로 크게 훼손되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이수혁 주미대사가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문 특보의 발언을 거의 ‘용공’ 수준으로 몰아붙였던 언론과 인사들에게는 이 대사의 발언이 자신들의 우려를 증명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한-미 동맹은 손상되고, 우리의 국익은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를 증명할 사건들도 벌어졌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이 대사의 발언 두달 전인 지난 8월에 주한 중국대사관 만찬에서 “같이 갑시다”라는 건배사를 해서.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는 비판”이 나와서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고 몇몇 언론들이 보도했다. 보도는 ‘같이 갑시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 쪽 인사들이 한국어로 직접 말하는 한-미 동맹의 상징어라고 단언했다. 어떻게 한국전쟁 때 적국이었고, 현재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위해 이 한-미 동맹 전용어를 사용할 수 있냐고 언론들은 비감해했다.

청와대는 한발 더 나간 모양이다. 한 신문은 “청와대가 트럼프가 때린 틱톡에 홍보계정을 만들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활동을 제재했던 틱톡에 계정을 개설한 시점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사 말미에는 문정인 특보가 사드가 추가 배치되거나 한국이 미국의 남중국해 군사훈련에 참여하면, ‘중국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다’라고 미국에서 최근 한 발언도 덧붙여졌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 발생할 것으로 믿으면, 그런 믿음에 바탕해 행동을 해서 결국 그 믿음이 현실화되는 것을 말한다. 믿음이 행동에 영향을 줘서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문 특보와 이 대사의 발언, 김 의원의 ‘같이 갑시다’ 건배사, 청와대의 틱톡 계정은 이런 자기충족적 예언의 실현 과정이다.

미국 지정학의 아버지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은 “열강 사이… 작은 완충 국가들의 궁극적 운명은 기껏해야 위태로울 뿐이다”라는 강대국과 약소국의 잔인한 관계를 솔직히 말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한-미 관계에서 한국이 미국에 할 말을 하며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자세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미 관계에 대한 원칙적인 발언을 놓고서, 우리가 나서서 “이건 우리의 관계를 해치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떠들고, 미국에까지 동의를 재촉하는 모습을 실리를 취하려는 현실주의적 노선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중요한 한-미 동맹을 놓고 우리의 공간을 확장해야 하는 당국자들에게 이런 현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저 미국의 처분에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틱톡과 건배사에도 훼손되고 취약해지는 것이 한-미 동맹의 현실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3일 미국 대선으로 미 행정부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중요한 시기이다. 한국의 장삼이사들은 짜장면도 먹지 말고, 햄버거를 즐겨 먹으며 한-미 동맹이 굳건해지라는 ‘정신승리’를 다짐하는 것이 국민 된 도리일 것이다.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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