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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주택임대차 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길 / 김제완

등록 2020-11-15 15:41수정 2020-11-16 02:42

김제완|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택임대차에서 갱신요구권을 도입하고 갱신시 차임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 주택임대차 제도를 선진화시키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주택임대차 계약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 계기가 되었다. 이 제도에 대한 세간의 오해는, 계약자유의 원칙이나 사적 소유권 보장의 원칙에 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세부 내용에 다소간 차이가 있을 뿐,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근로계약의 경우 정당한 해고사유 없이 사용자가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는 것처럼, 주택임대차에서도 ‘임대인 직접거주’나 ‘임차인의 중요의무 위반’ 등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이 마음대로 갱신을 거절하여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 주요 선진국에서는 상식이다. 우리는 그동안 주택임대차의 기간을 2년 단기간으로 정하고,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다시 근로계약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을 법에서 인정하지 않은 채 ‘2년의 기간제 비정규직’만을 인정하여왔고, 모든 국민이 이를 당연한 자본주의의 원칙이라고 믿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보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이례적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주거 문제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 주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은 비록 2년 1회의 갱신만 인정한 제한적인 것이지만, ‘주택임대차도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갱신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첫걸음을 뗐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제도 전환기의 특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도입 과도기에는 많든 적든 문제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임대인이 임차인에 비해 절대적으로 ‘갑’의 지위를 누려온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 제도의 안착이 용이할 리 없다. 임대인들로서는 최대한 자기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해 정부와 국회, 학계와 시민단체의 논의가 10년 이상 계속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실무쟁점이 되었던 것도, 새 제도 도입 때 있을 수 있는 혼란, 특히 일시적인 임대물량 감소와 그에 따른 차임의 상승 현상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였다. 이번 법 개정에서는 과거 유사한 사례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존속 중인 임대차에 대하여도 즉시 개정법을 적용하는 등 전환기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조치했다. 그럼에도 새 제도가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는 전환기의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제도 선진화를 위하여 거쳐야 할 일종의 홍역으로 보아야 한다.

마지막 강조되어야 할 점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도 어느 사회든 임대주택이 필요한 사람은 차고 넘친다.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훨씬 높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중시하는 이유이다. 그간 우리는 신규 주택공급의 대부분을 분양에 할당하였고, 공공임대는 저소득층을 위한 극소수로 제한하여왔다. 우리나라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공공성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것은 공공임대의 비중이 현저히 작기 때문이다. 중고교 교육의 대부분을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것처럼, 임대차 시장에서도 개인 임대인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본질적으로 정부의 공공성 확대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국민들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영역 두 가지로 바로 교육·주거 문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정부가 주요 선진국과 달리 지속적인 직접투자를 하지 않았고, 사적 영역에 맡겨둔 채 정부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주로 간접적 관여에 머물러온 점이다. 갱신요구권 도입으로 임대인의 권한에 공법적 제한을 가하는 데 정부의 역할이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부 스스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야 제도 선진화의 실효성을 달성할 수 있다. 국민들의 수요가 있는 곳에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주택임대차 제도가 선진화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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