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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돌봄교실은 교육이 아니라는 학교에 / 김현미

등록 2020-11-23 11:27수정 2020-11-23 19:03

전국여성노조 조합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돌봄전담사들의 8시간 전일제 전환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전국여성노조 조합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돌봄전담사들의 8시간 전일제 전환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strong>김현미 |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수료</strong>
김현미 |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수료

김현미 |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수료

지난 6일 전국의 초등학교 돌봄교사(돌봄전담사)들은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온종일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폐기를 요구하면서 1차 파업을 진행했으며, 다시 2차 파업을 준비 중이다. 온종일돌봄법의 핵심은 돌봄교실 운영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2004년 초등학교 내에 돌봄교실이 도입된 이후 전국의 시도교육청에서 초등교사를 중심으로 한 학교관계자·교육청 쪽과 학부모·돌봄교사 쪽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해묵은 논쟁이다. 초등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주장하는 이들의 핵심논리는 ‘돌봄교실(돌봄)이 학교가 담당해야 할 교육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육의 영역이므로 학교가 아닌 지자체로 이관되어야 하며 당연히 교사들의 관리감독 및 행정업무는 부당한 것이 된다. 실제 학교에서 만난 상당수 초등교사는 왜 학교에서 보육을 담당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심지어 필자가 만난 한 교사는 돌봄교실을 신청한 학부모에게 일일이 전화해 지역아동센터로 전환시킨 사례를 자랑하기도 했다. 담임교사의 강권으로 돌봄교실을 포기한 학부모의 심정과 일자리를 잃게 된 돌봄교사의 눈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동안 지자체 이관이라는 허울로 전국의 초등돌봄교실이 민영화되어 용역업체에서 운영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핵심적인 문제는 ‘차별’이다. 용역업체는 학교 쪽에 선정되기 위해 최저가 낙찰을 받아야 하며 그 때문에 이윤을 늘리기 위한 부실운영 사례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미 시도교육청에서는 돌봄교실의 1년 운영비와 인건비가 책정되어 있음에도 최저가 낙찰 및 운영을 통해 돌봄교사와 학생들에게 가야 할 혜택이 줄고 업체의 이윤으로 바뀌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돌봄교사의 고용불안·저임금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안전과 간식 등에서 차별받는 사례가 대거 발생하였다. 결국 돌봄교사와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투쟁을 거쳐 시도교육청의 직접 운영(직영)으로 바뀌게 되었고 돌봄교사들이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사라지게 된 지 불과 몇년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도 학교에서는 돌봄교실이 교육이 아니니 학교 밖으로 나가라거나 학교 안에 있더라도 다른 곳에서 운영하라고 주장한다. 도서관, 급식실 등이 차례차례 학교의 역할로 통합되었는데 왜 유독 돌봄교실만 교육이 아니라고 끝까지 거부하는 것일까? 심지어 돌봄교실은 학교가 시행하는 각종 사업 중 매년 가장 높은 학부모 만족도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이 담당한 교실의 수업만을 핵심업무로 보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기를 진작하고 행정업무를 경감할 것을 주장한다. 나머지는 간접업무 및 교육과 상관없는 업무로 평가절하하여 저임금 여성 노동자에게 넘기는 것을 당연시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돌봄교실이다. 즉, 이런 주장 속에는 돌봄교실과 돌봄교사의 역할에 대한 낮은 가치 평가와 차별이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돌봄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다. 학교 수업 이후에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은 학교 내 공간에서 교사의 보호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집 대신 돌봄교실을 이용하면서 책가방을 내려놓고 간식도 먹고 친구들과 놀거나 숙제를 할 수도 있다. 편안한 환경 구성과 애정 어린 상호작용으로 가정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고 놀이 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보육의 기능과 교육적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돌봄교실과 교사는 이처럼 심리적인 안전감을 제공해주는 발판(security base)이 되며 보호와 교육을 통해 아동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 초등학생에 대한 양육책임은 일차적으로 보호자에게 있지만 사회와 국가에서 양육 책임을 나누고 지원해야 하며 거기에 학교가 존재한다. 왜 학교에서 해야 하냐고? 학생과 학부모가 간절히 원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상황을 경험했고, 앞으로도 학교의 기능은 끊임없이 변하고 확대될 것이다. 이제 제발 돌봄교실이 학교의 중요한 책무임을 받아들이고 돌봄교사를 전문성 있는 동료이자 노동자로서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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