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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지리산 산악열차가 그린뉴딜인가 / 윤여창

등록 2020-11-26 18:19수정 2020-11-27 14:13

윤여창 ㅣ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의 현안 과제 가운데 하나는 경제를 활성화하여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활동 제약으로 일자리가 더 줄어들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규제를 개혁하여 신산업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한 산악관광산업을 문재인 정부가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그 첫 사업으로 지리산 형제봉에서 청학동에 이르는 산악열차를 건설하는 하동 산악관광 개발사업을 정부부처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산업 진흥 노력과 역병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경제에 활력을 넣기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험준한 지리산 위에 기찻길을 건설하여 생태계를 훼손하는 것만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길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산악관광열차를 타고 한두 시간 만에 산을 넘어가는 기차여행은 산촌 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산악관광열차를 건설하는 건설업자와 출발지나 종착지의 숙박휴양시설을 운영하는 대기업에 그 이윤이 집중될 것이다. 오히려 지역주민이 관여하는 산림휴양서비스를 활용한 치유산업 육성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산림은 대부분 민간 소유고, 국유림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국민 모두가 함께 주인인 국유림은, 그 자연의 혜택을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하동군이 산악열차를 개설하고자 하는 곳은 대부분이 국유림이며,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 등 야생 생물이 살고 있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근년 들어 지구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기상변화가 심하다. 지난여름에는 집중강우로 영동선의 일부가 무너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변화는 지리산 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산림이 훼손될 경우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경사가 심한 지리산 능선에 기찻길이 건설된다면 집중강우 때 기찻길이 무너지거나 기찻길 아래 산골 마을이 산사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또한 지리산 능선을 따라 철길이 놓이고 열차가 달린다면 여기 사는 반달가슴곰들이 기차를 피해 산 아랫마을로 내려올 수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산촌 사람들의 생활에 어려움이 더해질 것이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제성장 전략을 추구하지 말고, 생태계를 살리면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진정한 그린뉴딜 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92년에 이미 유엔 회원국들이 브라질 아마존에 모여서 지구상의 모든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산림관리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산림을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위하여 이용할 산림과 미래 세대를 포함한 모든 생명이 함께 살 수 있게 보전할 산림으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이 사는 지리산과 같은 산림은 공익을 위한 보전임지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사가 급한 산악지의 국유림은 임업 생산의 경제성이 낮으므로 공익적 보전임지로 지정하고, 경사가 급하지 않고 임업 생산성이 큰 임지는 임업용 보전임지로 지정해 생산적 용도로 활용하도록 하면 된다. 모든 산림을 생태·경제적 특성을 기준으로 그 주요 용도를 구분하는 것이다.

특히 국유림 중 공익적 보전임지에서는 산악철도를 놓는 것과 같은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는 개발을 배제해야 한다. 생물다양성과 수자원 보전 등 공익적 생태계 서비스를 공급하는 국유림이 많은 지자체에는 특별재정지원금을 교부하고, 사유림인 공익적 보전임지에는 생물다양성법이 정한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업 생산성이 높은 임지에는 산림휴양개발을 포함한 경제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여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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